코스피 지수가 환율 불안, 인공지능(AI) 고점론 확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하 기대 약화라는 ‘3중 악재’에 휘말리며 하루 만에 159포인트나 급락했다.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급락 여파로 외국인투자가들은 코스피에서 4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로 매물을 쏟아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달 19일(현지 시간) 예정된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이번 조정의 방향성을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59.06포인트(3.81%) 하락한 4011.57로 마감했다. 8월 1일 정부의 세제개편안 충격으로 3.88% 떨어진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3298조 원으로 전날 대비 131조 원이 증발했다. 4000선 사수에 나선 개인은 3조 2327억 원을 순매수하며 2021년 5월 11일(3조 5600억 원) 이후 최대 매수세를 보였다. 하지만 외국인은 2조 3574억 원을 순매도해 2021년 8월 13일(-2조 6990억 원) 이후 약 4년 3개월 만에 최대 규모로 팔아치웠다. 기관 역시 코스피에서 9003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반도체를 비롯해 원전·지주·전력설비·2차전지·정보기술(IT) 등 전 업종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SK하이닉스(000660)는 8.50% 급락하며 7월 17일(-8.95%)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당시에는 골드만삭스가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춘 영향이 컸으나 이번 급락은 글로벌 기술주 전반의 동반 조정 속에서 나타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005930)(-5.45%), 두산에너빌리티(034020)(-5.66%), 네이버(NAVER(035420))(-4.52%), SK스퀘어(402340)(-10.05%), HD현대일렉트릭(267260)(-4.85%), 삼성SDI(006400)(-5.83%) 등도 크게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누적됐던 환율 불안, AI 거품 논란에 더해 12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급격히 후퇴한 점이 투자 심리에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43일간의 미국 셧다운이 해제됐어도 고용·물가지표 발표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어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태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는 “외국인·기관의 매도 배경에는 AI 버블 우려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이날은 시장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며 유동성 우려를 부추긴 영향이 커 보인다”며 “환율이 진정되기 전까지는 변동성 장세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9~10월 두 달 연속 ‘사자’ 모드였던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14일 기준) 9조 1279억 원을 순매도했다.
금리 불확실성은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 연준 인사들의 잇단 매파적(긴축통화 선호) 발언에서 비롯됐다. 이 영향으로 전날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3.56%), 테슬라(-6.65%) 등 기술주가 일제히 급락한 데다 일본 키옥시아의 하한가, 대만 TSMC의 부진한 실적까지 겹치며 반도체 투자 심리까지 크게 위축됐다.
시장에서는 이달 19일 예정된 엔비디아 실적 발표가 조정 국면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봤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의 투매가 특별히 새로운 악재 때문이라기보다는 미국 기술주 조정을 그대로 따라가는 움직임”이라며 “AI 거품론과 금리 불확실성이 부담이지만,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오른 만큼 차익 실현 심리도 자연스럽게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이후 과매수 구간에 있었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상대강도지수(RSI)가 정상화되며 기술적 부담은 완화되고 있다”면서 “3차 상법 개정안,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정책 모멘텀(상승 여력)은 여전히 유효해 기술주·배당주를 병행하는 ‘바벨 전략’을 추천한다”고 했다.
다만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는 최근 “메모리 호황 사이클이 2026년까지 코스피의 실적 성장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며 코스피 목표가를 3700에서 5500으로 대폭 상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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