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가 할리우드 '명가'로 불리는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이하 워너브러더스)의 스튜디오·스트리밍 사업 부문을 인수하기로 합의하면서 할리우드의 지각 변동을 예고했다.
넷플릭스의 이번 인수합병이 성사되려면 법무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영화계의 강력한 반발과 트럼프 정부의 회의적인 분위기가 알려지면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넷플릭스는 5일(현지시간) 워너브러더스의 영화·TV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서비스 'HBO 맥스' 등 사업 부문을 720억달러(약 106조원)에 인수하기로 하는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인수 대상인 워너브러더스의 가치는 부채를 포함해 827억달러(약 122조원)로 평가됐다.
이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10여년 만의 최대 규모 인수·합병이라고 AFP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넷플릭스는 이번 인수·합병이 최종 마무리되기까지 12∼18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WSJ은 넷플릭스의 이번 인수·합병 발표를 앞두고 워싱턴DC 정가에서 넷플릭스의 과도한 지배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날 미 경제매체 CNBC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 전언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합병을 "심각하게 회의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뉴욕포스트는 이번 인수전에 뛰어들어 넷플릭스와 경쟁한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의 데이비드 엘리슨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 및 주요 의원들을 만나 워너브러더스 인수자로 넷플릭스가 낙점되는 데 문제를 제기하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전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엘리슨 CEO의 부친인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 회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 유력 정치인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도 이날 넷플릭스의 발표가 나오자 즉각 "이 거래는 반독점 측면에서 악몽과 같다"며 강력히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워런 의원은 "넷플릭스와 워너브러더스가 합쳐지면 스트리밍 시장의 절반가량을 장악하는 거대 미디어 기업이 탄생할 것"이라며 "미국인들에게 더 높은 구독료와 더 적은 시청 선택권을 강요할 위험이 있고,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런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반독점 심사 절차는 정치적 특혜와 부패의 온상이 됐다"며 "법무부는 워너브러더스 인수 심사에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반독점법을 집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넷플릭스는 워너브러더스가 보유한 방대한 영화·TV 콘텐츠를 확보하게 돼, 콘텐츠 지식재산권(IP) 측면에서 할리우드 공룡으로 불린 디즈니를 넘어설 전망이다.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는 '카사블랑카', '시민 케인', '말타의 매', '보니와 클라이드', '더티 해리', '샤이닝', '불의 전차', '오즈의 마법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수많은 고전 영화를 보유하고 있다.
워너브러더스는 또 DC코믹스 작품인 '슈퍼맨'과 '배트맨' 시리즈를 비롯해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 같은 블록버스터 시리즈도 다수 갖고 있다.
올해만 해도 워너브러더스는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시너스'와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를 포함해 8편의 흥행작을 잇달아 내놓으며 역대 최고 수준의 흥행 성적을 냈다. 두 작품 모두 다가오는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강력한 작품상 후보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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