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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지스자산운용 해외PEF에 매각

1.1조 제시 힐하우스 우협 선정
연내 주식매매계약 완료 예정

  • 임세원 기자
  • 2025-12-08 19: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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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스 자산운용 서울 여의도 본사. 사진=서울경제 DB


글로벌 사모펀드(PEF)운용사인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가 국내 1위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을 1조 1000억 원에 품는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힐하우스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해 통보했다.

이지스자산운용 지분 매각 대상은 창업주 고(故) 김대영 회장의 배우자인 최대주주 손화자 씨의 지분 12.4%와 분산된 재무적투자자(FI) 지분을 합친 최대 98.8%다. 매각 주관사는 연내 힐하우스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완료할 예정이다. 힐하우스는 2020년 실물자산 투자 부문을 분사한 부동산 투자 자회사인 라바파트너스가 지난해 인수한 일본 부동산 개발사 삼티 홀딩스를 통해 이지스자산운용을 인수한다.

힐하우스는 중국계 싱가포르 기업가 장레이가 2005년 미국 예일대 재단에서 출자받은 2000만 달러(약 266억 원)로 시작한 운용사다. 전체 운용자산(AUM)은 56조 원으로 현재도 장레이가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고 있다. 본사 소재지인 싱가포르를 비롯해 홍콩·영국·미국 등 5곳에 투자 조직을 두고 있으며 전 세계 30여 개국, 500여 개 포트폴리오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경영권을 매각하는 이지스자산운용의 대주주 측은 매각 초반 금융 당국의 대주주 적격 심사를 고려해 해외 매각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매각 막바지로 갈수록 힐하우스의 적극적인 가격 제안과 글로벌 투자자로서 대주주 심사에서 결격 사유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최종 인수자로 낙점했다.

그간 힐하우스는 국내에서 컬리와 우아한형제들(배민), 크래프톤 초기 투자자로 이름을 알렸다. SK온·SK에코프라임 등 국내 대기업 투자자이기도 하다.

힐하우스 측은 “이지스가 보유한 운용성과와 명성, 국내외 파트너십 역량은 힐하우스의 지원으로 강화될 것”이라면서 “이지스자산운용이 아시아·태평양에서 물류, 데이터센터, 리빙 등 신규 사업을 성장하는 데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예상 밖 힐하우스의 베팅…한화·흥국 눌렀다


장레이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 설립자 겸 최고투자책임자. 힐하우스 유튜브 화면 캡쳐


예상을 꺾고 이지스자산운용의 새주인이 된 힐하우스 인베스트먼트는 예일대 대학기금을 발판으로 설립된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중국계 싱가포르인인 장레이가 2005년 창업한 이후 2007년 한국에 첫 투자한만큼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가 높다고 자평한다. 다만 그동안 국내 기업 투자 과정에서 고배당을 받아간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대형 자산운용사의 대주주 적격심사에서 금융당국이 힐하우스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힐하우스는 예비입찰과 본입찰 단계에서 유력 인수후보였던 한화생명과 흥국생명에 못미치는 9500억 원 대 안팎의 인수가를 제안했다가 본입찰 이후 돌연 1조 1000억 원을 추가로 전달하면서 승기를 잡았다.

매각 초반 이지스자산운용의 주주이면서 매각의 한 축을 잡고 있던 조갑주 전 이지스 신사업추진단장은 대외적으로 해외 매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으로 전해지면서 힐하우스의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게다가 매각 초반 이지스의 분산된 주주 가운데 매각에 응한 지분율은 66.6%에 불과했고 해외 투자 자산의 부실이 예견된 이지스자산운용의 인수전은 흥행에 실패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막상 본게임에 가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수후보들이 부르는 가격은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다. 본입찰에서는 1조 500억 원을 제시한 흥국생명 쪽으로 승기가 기울었지만, 힐하우스는 본입찰 이후 추가로 조건을 제안할 수 있는 프로그래시브 딜(경매 호가식 입찰)을 통해 1500억 원 가량을 올리면서 뒤집었다.

국내 상업용 부동산 강자의 투자경험·인력·평판 흡수


업계에서는 힐하우스가 국내 부동산운용사 인수에 나선 배경으로 일본 등 아시아 지역의 부동산 운용사업을 확대하는 행보의 하나로 해석하고 있다.

힐하우스는 지난해 일본 부동산 개발사인 샘티 홀딩스를 인수했고, 이를 통해 도쿄 등 일본 주요 호텔 자산 10개를 기초자산으로 한 펀드를 조성했다.

이지스 역시 일본에서 일종의 다세대 주택인 멀티패밀리 투자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새롭게 부동산 개발 사업을 확장하는 힐하우스로서는 이지스가 국내에서 확보한 초대형 복합개발 경험과 대형 오피스 자산을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다.

힐하우스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기업 가운데 테크·소비재·기후변화·헬스케어 분야에서 창업 초기부터 경영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단계에서 투자했다. 주요 출자자 역시 스탠포드 대학기금과 캐나다연금(CPPIB) 등 장기 사모투자에 밝은 기관투자자다.


고배당 논란…대주주 적격심사 타격줄까


힐하우스가 국내 투자자로 걸어온 행보는 공과가 있다는 평이 나온다. 힐하우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SK에코프라임은 경영 첫해인 2024년 160억 원의 순이익을 4배 넘는 700억 원의 배당금을 가져갔다. 반면 그 해 설비투자는 16억 원에 그쳤다. 배당금은 해외로 유출되지는 않았지만, 에코프라임을 인수하기 위해 힐하우스가 설립한 센트리 홀딩스의 인수금융을 갚는데 쓰였다. 힐하우스 측은 SK에코프라임에 있던 상당한 규모의 미처분 이익잉여금을 활용한 것으로 글로벌 PEF 업계의 일반적인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PEF와 비교해도 차이는 있다. 힐하우스는 SK온 상장전 투자에도 뛰어들었지만, SK온이 계획했던 상장을 미루자 투자금을 회수했다. 당시 또다른 투자자였던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 등은 SK온에 장기 성장성을 신뢰해 재투자를 단행했다.

[단독] 이지스자산운용 해외PEF에 매각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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