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힙합 가수이자 성공한 사업가로 꼽히는 제이지(Jay-Z)의 투자회사가 한화자산운용과 손을 잡고 K엔터테인먼트·K화장품·K식품에 투자하는 5억 달러(약 73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전 세계적인 한국 대중문화(K컬처) 열풍의 지속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한화자산운용은 9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미국 투자사인 마시펜캐피털파트너스와 K컬처·라이프스타일 산업의 글로벌 성장을 이끌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마시펜은 제이지가 2024년 공동 설립한 마시캐피털파트너스와 펜듈럼홀딩스 투자 부문이 합병해 출범한 회사다.
두 회사는 전략적 합작법인인 ‘마시펜 아시아’를 설립하고 5억 달러 규모의 공동 펀드를 조성해 엔터테인먼트부터 화장품·식품 등 K문화와 K라이프스타일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들을 발굴하고 투자하기로 했다. 한화자산운용은 아시아 라이프스타일과 소비재 산업의 성장 흐름에 맞춘 전략적 성장 투자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마시펜이 아시아 시장 진출 거점으로 한국을 선택한 것은 한국 문화가 전 세계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화자산운용과 손을 잡은 것도 미국 뉴욕·샌프란시스코, 싱가포르에 거점을 두고 글로벌 투자를 추진하면서 콘텐츠·뷰티·엔터테인먼트 등 한국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전문성을 갖췄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로비 로빈슨 마시펜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은 화장품·콘텐츠·식품·엔터테인먼트·라이프스타일 등에서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하는 아시아의 문화적 중심지”라고 강조했다. 김종호 한화자산운용 대표도 “K컬처와 K라이프스타일 산업은 전 세계 소비자 트렌드를 이끄는 핵심 성장 분야”라며 “이번 MOU를 통해 아시아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도약할 수 있도록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투자 업계에서는 내년에도 엔터테인먼트·식품·화장품 등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 블랙핑크, 방탄소년단(BTS), 빅뱅 등이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팬 플랫폼 성장세도 가파르다. 화장품 역시 온라인 기반을 넘어 오프라인 매장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다.
특히 제이지의 투자 소식이 주목을 받는 것은 그가 음악뿐만 아니라 각종 투자에서도 눈에 띄는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제이지는 차량 공유 서비스 기업인 ‘우버’, 민간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 등 유망 기업들이 초기 단계일 때부터 투자에 참여해 성과를 냈다. 음악 스트리밍 업체인 타이달을 5400만 달러에 인수했다가 6년 만에 약 3억 달러에 매각하면서 6배 가까운 차익을 거두기도 했다.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제이지의 재산 추정액은 25억 달러(약 3조 5000억 원)로 전 세계 가수 가운데 가장 부유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X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