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골프브랜드 테일러메이드 매각을 진행 중인 사모펀드(PEF)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가 미국 뉴욕 상장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테일러메이드의 유일한 전략적투자자인 F&F(383220)가 상장을 주장하는 가운데, 재무적투자자인 센트로이드와 다른 출자자들은 매각과 동시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센트로이드는 매각자문사를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해외 인수 후보를 끌어올 수 있는 지를 우선하면서도 뉴욕 상장을 위한 경험과 조직 등도 고려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매각을 진행할 때는 상장 가능성도 계획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매각에 차질을 빚었을 때를 대비한 플랜B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센트로이드 매각 주관사 중 한 곳인 JP모건은 전세계 투자은행 업계 1위로 다양한 투자자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JP모건 서울지점 역시 현대차와 LG전자의 인도 상장을 맡는 등 내 기업의 해외 상장 주관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공동 주관사인 제프리스 역시 1세대 IB맨인 이천기 한국 대표가 크레디트스위스(CS) 아태지역 부회장을 지내며 SK그룹 등 굵직한 기업의 상장을 주관해왔다.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한 펀드의 최대 출자자인 F&F는 테일러메이드를 뉴욕 증시에 상장하고 자신은 대주주로 남겠다는 의견을 펀드 출자자에게 전달했다. 테일러메이드 경영권을 원하는 F&F는 매각가가 최대 5조원을 오르내리는 테일러메이드를 당장 인수하기보다 상장 이후 추가 성장을 이끌겠다는 복안이다.
센트로이드는 2021년 테일러메이드를 2조 1000억 원에 인수했는데 인수금융 1조원을 제외한 나머지 1조 1000억 원은 두 개의 펀드를 조성해 조달했다. F&F는 이 두 펀드에 각각 2000억 원과 3000억 원을 출자했고, MG새마을금고·농협중앙회·신협중앙회가 함께 출자했다.
다만 F&F를 제외한 나머지 출자자들은 상장 보다는 당장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경영권 매각을 선호하고 있으며, 출자자의 최대 수익을 보장해야 하는 센트로이드 역시 이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테일러메이드는 센트로이드가 인수하기 직전인 2020년 매출 9억 4300만 달러(약 1조 1000억 원)와 상각전영업이익(EBITDA)1억 700만 달러(1260억 원)에서 2024년 매출 14억 4400만 달러(1조 9700억 원), EBITDA 2억 2150만 달러(3020억 원)로 증가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중동까지 해외 유력 전략적투자자와 재무적투자자가 테일러메이드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의 환율 오름세를 고려하면 센트로이드는 매각 차익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F&F의 존재는 인수 후보에게 껄끄러운 존재다. F&F 내부에서는 매각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거나 우선매수권을 사용해 본입찰 이후 인수를 시도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어느 쪽이든 인수 후보에게는 불편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사 과정에서 F&F가 어떤 법적 권한을 갖고 있는지 드러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인수 측은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본격적인 매각을 시작하기 앞서 F&F가 매각 과정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법적 확약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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