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테이블코인 관련 종목들이 16일 하루 동안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장 초반에는 미국 의회에서 가상자산 관련 법안 통과가 무산됐다는 소식에 하락세를 보였지만, 장 중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법안 지지’ 발언이 전해지며 관련 종목들이 일제히 반등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내로 편입하려는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 등 가상화폐 관련 입법안의 심의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법안 처리 방식에 대한 이견이 표출되면서, 심의를 시작하기 위한 '룰(rule) 표결(절차적 표결)'에서 부결되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법안은 가상자산의 발행 기준, 감독 주체, 소비자 보호 방안 등을 규정하고 있어 업계의 기대를 모았던 법안이다. 특히 민간 기업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의 규제 틀을 명확히 하겠다는 점에서 시장 제도화의 신호탄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법안 통과에 반대하는 보수 성향의 공화당 일부 의원들이 절차적 이슈를 들어 표결을 저지하면서, 가상자산 제도화 작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관련 종목들도 오전 중 약세를 보였다.
이날 분위기를 전환시킨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깜짝 발언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운영하는 SNS인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나는 '지니어스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필요한 12명의 하원의원 중 11명과 함께 오벌오피스에 있다”며 “짧은 토론 끝에 그들은 모두 내일 아침 룰 표결에 찬성하기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해당 발언은 장중에 전해졌고, 곧바로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관련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이 일제히 반등하며 강세로 돌아섰다. 트럼프가 보수 의원들을 직접 설득했다는 사실은 법안 통과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다시 자극하는 계기가 됐다.
가장 큰 폭으로 움직인 종목은 쿠콘(294570)이었다. 쿠콘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20.85% 급등한 4만 8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중에는 5만 14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쿠콘은 마이데이터 기반의 금융 데이터 API 플랫폼 기업으로, 금융·핀테크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이외에도 넥써쓰(205500) 3.09%, 헥토파이낸셜(234340) 2.09%, 딥마인드(223310) 1.90%로 상승 마감했다. 이들 종목은 직접적인 블록체인 혹은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영위하지 않더라도, 관련 기술 도입 또는 서비스 제공 기업으로 테마에 포함되고 있다.
이번 급등락은 정치적 뉴스가 가상자산 및 관련 종목에 얼마나 민감하게 작용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미국 의회와 백악관, 주요 정치인의 발언이 시장을 실시간으로 움직이고 있어 투자자들이 더욱 높은 변동성에 노출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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