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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두산에너빌리티, 설립 19년 만에 베트남 법인 매각한다

HD현대그룹과 협상…4000억 거론
전력부족 해결한 '베트남 국민기업'
발전소 보일러 동남아 생산 거점
33만평 부지에 부두·항만설비 갖춰
친환경 중심 사업재편에 매각 나서

  • 박시은 기자
  • 2025-06-05 17: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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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비나의 한국인 관리자와 베트남 현지 근로자가 작업 계획을 협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034020)가 베트남 자회사인 두산비나를 설립 19년 만에 매각한다. 현재 HD현대그룹과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두 그룹 간 거래는 2021년 두산그룹이 매각한 HD현대인프라코어(옛 두산인프라코어)를 HD현대그룹이 인수한 후 4년 만이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현재 HD현대그룹과 두산비나 매각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예상 거래가는 약 4000억 원이 거론된다.

두산비나는 2006년 두산에너빌리티의 전신인 두산중공업이 당시 관계사였던 두산메카텍(현 범한메카텍)과 함께 합작해 세운 회사다. 베트남 정부의 승인을 받아 3억 달러를 투자해 설립했다. 이후 2010년 두산메카텍이 두산건설에 흡수합병되고 2020년 두산건설이 두산비나 보유 지분을 두산에너빌리티에 모두 넘기면서 두산에너빌리티의 완전 자회사가 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의 일환으로 두산비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는 소형모듈원전(SMR)과 가스터빈·해상풍력·수소 등 핵심 에너지 사업에 투자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 자산의 일부를 정리하고 있다.

HD현대그룹에서는 HD현대미포·HD한국조선해양·HD현대삼호 등 자회사 중 한 곳이 인수 주체로 나서는 방안이 유력하다. 현지 자회사의 기자재 생산력 제고를 위해 두산비나가 보유한 넓은 공장 부지를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딜은 대대적인 친환경 사업으로의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선 두산에너빌리티와 해외 조선 자회사를 지원하려는 HD현대그룹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막판 가격 협상이 남아 있지만 두 기업의 의지가 확실한 만큼 머지않아 거래 성사를 점치는 분위기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동남아시아 생산 거점으로 활용했던 두산비나를 정리하기로 한 것은 차세대 발전 기술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석탄화력발전소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에 주력해온 두산에너빌리티는 그동안 보일러 사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석탄화력발전소를 수주하면 보일러·터빈 등 발전설비의 주 기기와 보조 기기를 일괄적으로 수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로 석탄화력발전 수요가 줄어들면서 보일러 사업을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환하고 있다. 최근 두산에너빌리티는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는 소형모듈원전(SMR)과 가스터빈·해상풍력·수소 등 핵심 에너지 사업에 투자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 자산 일부를 정리하고 있다. 주력 사업이 석탄화력발전소 보일러 사업인 두산비나가 최근 관련 인력들을 가스터빈이나 해상풍력 등으로 대거 이동 배치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독일 발전설비 자회사인 두산렌체스도 현재 인수자를 찾고 있다.

두산비나는 2022년 129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급감하며 지난해 316억 원에 그쳤다. 매출은 4573억 원이었고 기업가치를 가늠할 수 있는 회사의 자본 총계는 3427억 원이다.

HD현대그룹에서는 HD현대미포·HD한국조선해양·HD현대삼호 등 자회사 중 한 곳이 인수 주체로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HD현대미포는 베트남 법인의 생산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설비 확대와 공정 개선 등 대대적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HD현대그룹은 두산비나가 보유한 공장 부지의 높은 활용도와 바다와 인접해 운송에 유리하다는 지리적 이점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두산비나의 33만 평에 달하는 넓은 부지를 대형 기자재 조립을 위한 공장 설립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비나는 2006년 두산에너빌리티가 동남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설립한 법인이다. 당시 중공업 불모지였던 베트남이 글로벌 대기업의 생산기지로 떠오르며 전력 수요가 급증했고 전력 확보가 국가적 과제로 부각되면서 발전설비 확대가 필수적인 상황이었다. 이에 베트남 정부는 만성적인 전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대규모 발전소 건설을 계획하면서 자국 업체를 주도로 한 발전설비 국산화를 추진했는데 그 파트너로 두산에너빌리티를 선택했다.

두산비나가 위치한 중꾸엇경제특구가 있는 꽝응아이성은 항구도시인 다낭으로부터 남동쪽으로 2시간 거리에 있다. 북쪽의 하노이나 남쪽의 호찌민에 비해 낙후된 전형적인 농촌 지역이었다. 두산비나는 설립 후 적극적으로 현지 인력을 채용하고 활발한 사회 공헌 활동으로 지역 주민들과 교류하면서 현지에서 ‘베트남 국민 기업’으로 불리며 순조롭게 정착했다. 현지 발전소의 설계 및 조달, 시공을 맡으면서 현지 전력 시장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발전·화공 플랜트 주요 설비와 항만용 크레인 등을 전 세계 30여 개국에 수출하며 현지에서 가장 성공적인 외국인직접투자(FDI)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두산비나는 현지 산업공단 내 100만 ㎡(약 33만 평)에 달하는 부지에서 발전용 보일러와 해수담수화설비·운반설비·석유화학설비 등 4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바다와 인접해 있어 자체 부두와 항만설비까지 갖췄다. 최근에는 발전·화공 플랜트 등 대형 구조물 제작 위주였던 기존 사업에서 해상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중심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도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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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05 (장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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