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전 매각을 추진 중인 홈플러스의 부채가 처음보다 4조 6000억 원 깎인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가 산정한 부채 규모는 7조 5000억 원이었지만 조사위원이 실사한 뒤 2조 9000억 원으로 낮췄기 때문이다. 조사위원은 회계적 근거에 따른 판단이라는 입장이지만 일부 채권단은 임대 점포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뒤 남은 부채를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부채는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홈플러스 부지 개발을 염두에 두고 점포를 인수한 건설·시행사들은 최소 약 1조 원의 빚을 떠안게 됐다.
3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홈플러스 조사 보고서를 보면 홈플러스는 부채 총계를 7조 5315억 원으로 제출했고 조사위원은 이 중 4조 6345억 원 줄인 2조 8969억 원으로 산정했다. 여기에 자산 6조 8493억 원에서 부채를 제외한 청산가치는 3조 6816억 원이었다.
줄어든 부채 중에는 만기 1년 이내인 유동 부채가 3조 8858억 원, 점포 매각 후 재임대(세일앤드리스백) 비용이 들어 있는 리스 부채가 3조 100억 원 포함돼 있다. 반대로 회생 채권이 총 2조 7593억 원 늘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청산가치가 많아 대부분 변제할 수 있다는 의견과 우발 부채가 늘어 회생 채권을 다 갚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린다. 자산 6조 8493억 원에 대해서도 담보채권자들은 인정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채권단과 홈플러스 점포를 인수한 건설사들이 우려하는 지점은 부채로 잡지 않은 우발 부채다. 조사위원은 임대차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액이 9651억 원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인수 후보가 실사 과정에서 실질적인 부채 규모를 파악하면 협상이 타결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비판했다.
홈플러스 임대 점포 중 10개는 MDM그룹, 5개는 DL그룹이 보유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13개 점포 개발사업에 대해 시공사로서 보증을 서고 있으며 이중 2개는 개발에 착수했고 11개 점포는 임대료를 33%내렸다. 이들은 홈플러스와 평균 10년간 임대 계약한 후 개발을 준비 중이었다. 이들은 점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수금의 평균 60~70%가량 대출을 받고 이를 보증해줬는데 예상한 임대료가 들어오지 않으면서 보증금 부담을 안고 있는 상태다. 롯데건설은 6599억 원, DL그룹은 1380억 원을 보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점포 10곳 중 9곳에서 계약 해지를 통보 받았고, 해지 후 임대료도 받지 못한 채 폐점도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운용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점포 개발을 시작하지 않은 점포는 헐값에라도 팔 수밖에 없지만 그 경우 대출금을 갚고 나면 전액 손실로 잡히기 때문에 점포 보유자들은 회생이 끝날 때까지 빚을 안은 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홈플러스 점포의 입지가 우수해 중장기적으로 개발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롯데건설이 시공하는 부천상동점과 동대문점은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고서는 또 홈플러스가 21개 자가 점포를 폐점 후 매각한 뒤 해당 부지를 개발해 재임대 하면 총 1조 878억 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기존에 통으로 쓰던 점포를 주상복합 등으로 재 개발한 뒤 재입점 하면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영업 적자인 실적은 올해 말 2717억원 적자로 정점을 찍겠지만 2028년에는 199억원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추정을 근거로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를 2조 5058억 원으로 평가했다. 다만 이는 10년간 정상적으로 영업현금흐름이 들어오는 것을 전제로 하며 기존 부채는 반영하지 않은 가치다.
홈플러스 측은 “채권단에서 부채 조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없고 청산가치가 계속 기업가치보다 높기 때문에 청산하면 회생 채권은 전액 변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X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