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관리앱으로 출발한 리멤버는 10년 이상 기반을 키우기 위해 적자를 감수했지만,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수익 사업이 궤도에 오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2021년 12월 경영권을 인수한 사모펀드(PEF) 아크앤파트너스는 적극적으로 경영 전략을 짜고 조직 개편을 실행하면서 연수익률 18%를 눈앞에 두고 있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컨설턴트 출신 최재호 대표가 2014년 창업한 리멤버는 초기부터 링크드인처럼 사업과 채용에 관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플랫폼을 목표로 삼았다. 첫 서비스는 무료 명함앱이었고, 이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로 경력 채용 사업을 발전시켰다. 2020년 만든 익명 커뮤니티로 연결한 직장인 네트워킹을 통해 타깃형 설문조사와 광고·마케팅 사업에도 진출했다. 누적 사용자는 500만 명을 돌파하면서 ‘국민 명함앱’ 지위에 올라섰고, 기업가치 5000억 원을 인정받으며 EQT파트너스를 새 주인으로 맞게 됐다.
아크앤파트너스가 인수한 이후 리멤버는 전문가 네트워크 서비스 기업인 이안앤손컴퍼니, 신입·인턴채용 전문 플랫폼인 슈퍼루키와 자소설닷컴, 헤드헌팅 기업 브리스캔영과 유니코서치 등 6개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볼트온 전략을 본격화하며 수익 구조를 다각화시켰다. 아크앤파트너스는 리멤버의 기업간거래(B2B)사업을 키우기 위해 올해 초 송기홍 전 IBM아세안-한국 총괄 대표를 각자 대표로 영입했다. 송 대표는 IBM에서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사업을 이끈 전문가다.
적자를 감수하고 사용자 규모를 늘린 후 수익을 내는 플랫폼 기업의 성장 경로에 따라 리멤버는 지난해 영업적자 42억 원을 기록하는 등 수년간 적자 신세였다. 그러다 올해 6월 말 기준 월 20억 원의 현금성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달성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연간 100억 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매출은 꾸준히 늘어 2021년 58억 원에서 지난해 684억 원을 찍었고, 올해는 1200억 원이 목표다.
EQT파트너스는 한국 사모투자(PE)부문 수장인 연다예 대표가 직접 거래를 지휘했다. EQT PE는 국내에서 2020년 신한금융지주 지분 투자 이후 기업 경영권 거래는 5년여 만이다. EQT 인프라 부문의 경우 2023년 SK쉴더스를 인수했고, 지난해 국내 재활용 플랫폼인 KJ환경을 환경사업 단일 거래 최대 규모인 1조원에 인수하는 등 활발하게 투자해왔다.
EQT파트너스는 현재 더존비즈온, 크린토피아 등 매각을 추진중인 다수 기업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도 올라있다. 2023년 서울 사무소를 개소한 지 3년 만에 가장 거침없이 투자하는 외국계 PEF로 자리잡았다. 스웨덴이 본사인 EQT파트너스는 오너 경영으로 유명한 발렌베리 그룹 계열 투자사다. 일반PEF와 달리 재무적 관점만 앞세우지 않고 산업 전문가가 기업의 성장을 함께 도모하는 경영 전문성이 강점이다.
한편 이번 거래의 매각 자문은 JP모건이 맡았고, 매수자문은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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