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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SK이노베이션 화학재편, SK지오센트릭 떼낸다

◆성장성 낮은 자회사 매각 추진
몸값 2조 추산…스페셜티는 남겨
대형 사모펀드 등 인수후보 접촉
SK 리밸런싱 주력사업까지 확대

  • 임세원 기자·이충희 기자
  • 2025-02-13 17:2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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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096770)이 100% 자회사이자 SK그룹 종합석유화학 전문 업체인 SK지오센트릭을 매각한다. 해외에 투자한 일부 자산만 남기고 대부분의 자산을 매각 대상에 올려놓아 사실상 통매각이다. SK그룹의 리밸런싱(사업 재편)이 지난해에는 비주력 사업이 중심이었다면 올해는 주력 사업으로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SK지오센트릭 매각을 위해 대형 사모펀드(PEF) 등 인수 후보를 개별 접촉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SK지오센트릭이 최근 투자한 스페셜티(고부가가치 화학제품) 화학 사업을 제외한 국내외 자산 대부분이 해당된다. 매각가는 약 2조 원으로 추산된다.

이번 매각은 SK이노베이션 재무 담당과 SK지오센트릭 감사, SK에너지 재무실장 등 계열 재무를 총괄하는 김정수 부사장이 실무를 총지휘하고 있다. 매각 자문은 별도로 두지 않고 재무 실사 작업만 PwC에 맡기는 방안이 유력하다.

SK지오센트릭 인수를 제안받은 한 PEF 관계자는 “SK그룹은 SK지오센트릭의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착수하기 전 인수 의향이 있는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SK지오센트릭은 2011년 SK이노베이션에서 분할돼 출범됐으며 기초유화(에틸렌 등), 화학소재(합성수지) 제조 유통을 맡고 있다. 실적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손실 93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SK지오센트릭은 2020년 스페셜티 소재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프랑스 아르케마의 고기능성 폴리머 사업을 인수했는데 이 같은 스페셜티 사업은 이번 매각에서 제외된다. 성장성이 낮은 범용 화학제품 사업 위주로 매각을 시도하면서 인수 후보들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력 친환경사업까지 접어…SK '리밸런싱 2.0' 본궤도


SK그룹이 주력 사업 매각까지 본격화하면서 4대 그룹 중 가장 발 빠른 사업 재편(리밸런싱)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가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고 알짜 사업을 적자 사업과 합치는 ‘리밸런싱 1.0’이었다면 올해는 ‘친환경’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았던 중점 사업도 내놓는 ‘리밸런싱 2.0’에 돌입한 것이다. 그룹은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SK온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지난해 말 기준 219개였던 계열사를 10% 이상 줄이겠다는 게 목표다.

SK지오센트릭 인수를 검토 중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관계자는 “신규 투자한 자산을 제외한 대부분의 자산을 매각할 수 있다고 열어두고 있다”면서 “자산의 규모가 크고 업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사업부별로 쪼개 파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SK지오센트릭은 범용 제품이자 중국 경쟁자들로 인해 공급과잉 상태인 에틸렌과 파라자일렌·합성수지 등의 비중이 전체의 40%를 넘는다. 한편 고부가가치 제품인 스틸렌모노머는 2.9%의 비중을 차지한다.

SK지오센트릭은 SK종합화학에서 사명을 고치며 폐플라스틱 재활용 등 친환경 사업을 추진했지만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관련 사업을 중단하고 조직도 철수시켰다. SK에코플랜트 역시 폐기물 소각·매립 자회사와 수처리 자회사를 매물로 내놓았다.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 어려우면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친환경 사업을 일단 접은 셈이다.

SK지오센트릭은 이달 6일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콘퍼런스콜에서 “불용 자산과 저수익 자산 매각을 통한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추진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고부가 다운스트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울산에 있는 SK지오센트릭 공장. 사진제공=SK지오센트릭

219개 계열사 중 10% 이상 정리…SK온 신규 투자 여력 확보 주력


SK그룹은 빠른 속도로 매각을 진행하기 위해 시장성 높은 사업부터 판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SK에너지의 계열사 흡수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이보다는 상대적으로 매각 가능성이 높은 SK지오센트릭이나 SK에코플랜트의 폐기물 사업을 먼저 구조조정 대상에 올린 것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그룹 구조조정을 총괄하는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좋은 자산을 먼저 내놓으면 별다른 마케팅이 없어도 시장에서 소화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SK에너지의 주요 거래처는 SK지오센트릭이어서 자연스럽게 구조조정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의 전방위적인 사업 재편은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재무구조를 뒷받침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이를 위해 지난해 SK온의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 합병하면서 현금 창출력을 높여 SK온에 대한 출자 여력을 키웠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SK온 역시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과 합병하면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을 견뎌낼 체력을 다소 보충하게 됐다.



아울러 SK그룹은 지난해 여러 자회사들의 경영권을 통매각하거나 사업부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시장에서 수조 원을 조달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외 다수 PEF와 거래하며 자본시장을 최대한 활용했다.

SK그룹은 한앤컴퍼니(한앤코)에 SK스페셜티 지분 85%를 2조 7000억 원을 받고 매각하기로 계약하며 지난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 최대 규모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또 SKC의 자회사 SK엔펄스 내 파인세라믹스사업부(3600억 원), CMP패드사업부(3140억 원) 등도 한앤코에 넘겼다. SKC는 또 다른 자회사 SK피유코어를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에 4103억 원을 받고 매각했다. SK넥실리스의 박막사업부는 950억 원에 어펄마캐피탈이 인수해갔다. SK네트웍스도 자회사였던 SK렌터카 지분 100%를 8200억 원의 가격에 글로벌 PEF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 완료했다.

SK스퀘어 역시 비핵심 자회사들을 다수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티맵모빌리티가 우티 지분 49%를 우버에 569억 원의 가격으로 전량 매각하기로 결정했으며, 드림어스컴퍼니 또한 아이리버사업부를 50억 원에 매각 완료했다. 지난해부터 추진된 서울공항리무진 경영권 매각은 스틱인베스트먼트와 막바지 협상 중이다. 매각가로는 600억 원 안팎이 거론된다. IB 업계는 SK스퀘어가 향후 반도체 분야 중심 투자회사로 변모할 기반을 갖추게 됐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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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13 (장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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