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아워홈 경영권 지분을 사들인 뒤, 유상증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화가 유증을 실행한다면 기존 주주 가운데 고(故) 구자학 회장의 3녀인 구지은 전 부회장과 차녀 구명진 씨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유증을 통해 구 전 부회장측의 지분을 희석시킬 수 있게 된다.
반면 구지은 전 부회장 역시 어펄마캐피탈 등 재무적 투자자와 손잡고 한화에 반격할 채비를 하는 등 양측의 막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화호앤드리조트와 계열사인 한화비전, 사모펀드(PEF) IMM크레딧솔루션은 1대 주주이자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38.6%), 장녀 구미현 회장(19.3%)의 지분 총 57.84% 인수를 위해 협상하고 있다. 한화는 인수가로 주당 6만 5000원인 약 8600억 원을 제안했고, 2월에 주주간계약(SPA)을 체결하는 것이 목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갤러리아와 함께 한화그룹의 유통·서비스부문에 속하면서 한화비전을 통해 신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김동선 미래총괄비전 부사장이 이번 거래를 주도하고 있다.
인수자금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약 2000억~3000억 원, 한화비전이 약 2000억 원, IMM크레딧솔루션이 2000억~3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한화비전은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한화비전의 자체 자금을 활용하기로 했다. 한화비전이 연간 1500억 원의 상각전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재무적 기반이 탄탄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없다는 게 한화측의 설명이다. IMM크레딧솔루션은 기존에 있던 블라인드 펀드 외에 프로젝트 펀드 조성을 위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와 접촉하고 있다.
한화는 현재 매각에 반대하는 구지은 전 부회장(20.7%), 구명진 씨(19.6%) 등 총 40.3%를 최후까지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자금 약 6000억 원은 KB은행·우리은행·NH투자증권·키움증권 등에 금리 5% 안팎으로 주식담보대출인 인수금융을 일으켜 매수할 계획을 갖고 있다.
다만 끝내 무산되면 매각에 찬성한 구본성 전 부회장 측 지분만 IMM크레딧솔루션과 공동 인수한 뒤, 추가로 유상증자하는 방안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워홈 정관을 보면 유상증자는 특별결의 사안이기 때문에 구지은 전 부회장 측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 다만 이 경우 IMM크레딧솔루션의 주식 가치가 떨어지지 않도록 처음 인수 당시 가치인 주당 6만 5000원을 유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아워홈 인수 후 갤러리아 등 유통망을 통한 간편식(HMR)사업으로 확장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한화비전 등 계열사와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한화비전의 인공지능(AI)비전 솔루션을 통해 아워홈 급식사업의 제조공정과 납품 전 과정을 검수해 효율적인 품질 관리가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화로보틱스의 제조 로봇 역시 아워홈 고객사의 급식 업장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게 한화의 판단이다.
한화는 특히 아워홈의 사업은 제조와 물류, 급식을 공급받는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전 단계를 포함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로 한화비전의 AI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신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시너지가 당장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한화갤러리아가 아워홈의 안정적인 현금 수익에 우선 관심을 보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반격에 나선 구지은 전 부회장 측은 PEF 어펄마캐피탈과 손잡고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지분을 사들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어펄마캐피탈은 지난해 5000억 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했으며, 이 중 일부와 추가로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해 구 전 회장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어펄마캐피탈은 성경식품과 매드포갈릭에 투자하는 등 외식·식품업계 투자에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범 LG가에 속하는 아워홈이 한화로 넘어가게 되면 그간 LG그룹 계열사에서 수주했던 단체급식 물량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도 구지은 전 부회장 측에는 유리한 국면이다. 실제로 LG그룹 일각에서 이번 거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지은 전 부회장 측은 한화가 나머지 주주에 대한 인수를 강행할 경우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방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4남매가 2021년에 맺은 우선매수권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지은 전 부회장 측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기 위한 실사를 완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구본성 전 부회장과 한화 측의 양해각서체결을 추진한다는 내용만 고지 받았다”면서 우선매수권이 살아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화 측은 구지은 전 부회장에게 실사 권한이 없으며, 우선매수권 행사기간은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3개월간 보장했다고 반박했다. 구지은 전 부회장이 자금을 조달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더라도 구미현 회장 측이 장악한 이사회 결의를 통과해야 한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천민아 기자 mi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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