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을 꿈꾸다 기업가치가 급락하며 2023년 hy그룹 품에 안긴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이 피인수 뒤 처음으로 외부 자금을 조달하는데 성공했다. 최근 경쟁사들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속 외부 투자기관으로부터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는 점에서 업계 관심이 쏠린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부릉은 이날 신한투자증권에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300억 원 투자 유치를 확정했다. 조만간 다른 기관 대상으로도 신주를 발행해 100억 원을 추가 유치할 계획이다. 이번 CPS 발행 단가를 고려한 기업가치는 약 1600억 원으로 책정됐다. 신한증권은 부릉 지분 약 18.7%를 확보하며 2대주주 지위를 꿰찼다.
부릉은 2013년 설립 이래 네이버, GS리테일, 현대차 등으로부터 총 2000억 원이 넘는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가 최대 8000억 원에 달했다. 국내 배달대행 시장이 지속 성장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앞다퉈 투자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며 추가 자금 조달이 막히자 사정이 어려워졌고 이에 법정관리 직전까지 갔다. hy는 부릉이 2023년 4월 법정관리 돌입하기 전 850억 원을 투입해 이 회사 지분 77.35%를 취득했다.
부릉은 hy에 인수된 뒤 자금 등을 추가 지원 받으며 경영안정화에 집중했다. 특히 새벽배송과 풀필먼트센터 사업을 정리하는 등 경영 효율화 과정을 거쳤다. 이를 통해 적자를 대폭 줄여가면서 2022년 589억 원에 달했던 영업손실이 2023년 170억 원까지 줄었다. 다만 같은 기간 매출도 3848억 원에서 3098억 원까지 감소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직영지점 수를 늘려나가는 방식으로 재차 사업 확장에 나서는 모습이다. 적자를 대폭 줄이며 경영 환경이 다소 안정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2023년 말 600여개였던 직영지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780곳 이상으로 늘었다. 그러면서 지난해 매출도 약 324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0%가량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신한투자증권은 국내 배달대행 업계의 현 상황을 고려할 때 부릉의 성장 가능성은 향후 더 높다고 바라본다. 특히 경쟁사인 만나코퍼레이션이 최근 회생 절차에 돌입했고 바로고 역시 구조조정을 지속하고 있어 업계 내 옥석가리기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판단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부릉은 총판 연합 구조의 타 배달 대행사와 달리 직영화 구조를 확립해가고 있다는 점에서 사업 구조가 안정적”이라며 “이번 조달 자금을 바탕으로 연구개발(R&D) 투자는 물론 전국 직영망 확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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