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가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사장을 선임할 때 집중투표제를 적용하지 말자는 내용의 정관 변경을 추진하는 데 대해 국민연금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20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제5차 위원회를 열고 오는 26일 열리는 KT&G 정기 주주총회 안건 중 대표이사 사장 선임 관련 정관 일부를 변경하는 건에 대해 반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수주주 추천 이사의 이사회 진입을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다는 게 이유다.
앞서 KT&G는 사장과 이사 선임 방식을 규정하는 정관에 '집중투표의 방법에 의해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 대표이사 사장과 그 외의 이사를 별개의 조로 구분한다'라는 조항을 신설하는 안건을 상정한다고 전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주주에게 부여하고 원하는 후보에게 집중적으로 투표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소수주주가 지지하는 후보의 선임 가능성을 높여 소수주주 보호 방안으로 활용된다. 국내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상장사는 KT&G를 비롯해 극소수다.
다만 한 번에 선임해야 하는 이사의 수가 줄어들면 소수주주 추천 후보는 더 많은 지지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이사 선임 가능성이 줄어들고, KT&G가 추진하는 정관 변경안처럼 1명만 뽑을 경우엔 후보가 1명이므로 집중투표제 자체가 무력화된다.
의결권 자문사 ISS도 앞서 KT&G 정기주총 의안분석 보고서에서 기관투자자들에게 해당 안건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이상현 FCP 대표도 "대표이사도 엄연히 이사회의 일원으로서 다른 이사들과 동등한 자격으로 집중투표제를 적용받아야 한다"며 "자신(방경만 대표이사 사장)만 특별 대우를 받겠다는 것은 황제 연임을 위한 포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T&G 주요 주주이자 대표적인 캐스팅보터인 국민연금(7.10%)도 반대 의사를 밝히며 KT&G의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은 한층 낮아졌다.
KT&G 측은 “대표이사를 포함한 통합 집중투표방식은 득표가 많은 순으로 이사가 선임되므로 다수 주주의 의사와 무관한 대표이사가 선임될 수 있다”며 “대표이사를 주총에서 선임하는 당초의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우려가 있다”고 해명했다.
수책위는 그 밖에 하나금융지주와 네이버(NAVER), NH투자증권,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KCC글라스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도 심의했다.
수책위는 하나금융지주 함영주 현 회장의 연임을 비롯한 전 안건에 찬성하기로 했다. 앞서 하나금융그룹 외국인 주주의 절반 이상이 연임을 지지하며 사실상 연임이 확실시 된 상황에서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의 지지도 등에 업게 된 것이다.
수책위는 네이버의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에 대해 보수한도 수준이 보수금액에 비추어 과다하다고 판단해 반대하기로 했다. 네이버의 다른 안건에는 모두 찬성하기로 했다.
그 밖에 NH투자증권과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KCC글라스 전 안건에도 모두 동의하기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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