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나 기반 밈코인 젤리젤리(JELLYJELLY)를 둘러싼 청산 사태로 탈중앙화 파생상품 거래소 하이퍼리퀴드가 논란에 휩싸였다. 청산 위기에 대응하는 거래소의 중앙화된 개입 방식과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신뢰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 사용자는 하이퍼리퀴드에서 JELLYJELLY 가격 하락에 베팅하며 거액의 공매도(숏 포지션) 거래를 열었다. 이 사용자는 이후 일부 거래를 정리하면서 담보금(마진)으로 맡긴 약 276만 달러(약 40억 4312만 원)를 출금했다. 이후 해당 토큰 가격이 급등하면서 약 4억 개 숏 포지션이 강제 청산됐다.
하이퍼리퀴드는 여러 포지션을 한꺼번에 관리하는 크로스 마진 구조와 단일 볼트 기반 구조를 함께 채택하고 있다. 이 시스템에서는 출금 당시 전체 위험도를 낮게 판단했을 경우 일부 마진을 출금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러나 이후 JELLYJELLY 가격이 폭등하면서 남은 포지션의 손실이 빠르게 커졌고, 담보가 부족해지면서 청산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때 거래소 시스템 내 청산 전용 계정이 이 포지션을 떠안으면서, 미실현 손실이 약 1000만 달러(약 14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실현 손실은 포지션을 아직 정리하지 않았지만 현재 시세 기준으로 손해가 발생한 상태를 뜻한다.
이에 하이퍼리퀴드는 해당 선물 거래를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사용자 포지션을 특정 가격에 강제로 정리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거래소는 이 결정이 네트워크 검증자들의 협의를 거친 집단적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탈중앙 거래소가 이용자의 포지션을 직접 청산하고 거래를 종료한 방식에 대해 디파이(DeFi)의 탈중앙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나자 사용자 자금도 급속히 이탈했다. 온체인 데이터 플랫폼 파섹에 따르면 사건 발생 후 수 시간 만에 하이퍼리퀴드에서 약 1억 4000만 달러(약 2050억 원) 규모의 USDC가 빠져나갔다. 최근 30일 기준 하이퍼리퀴드의 USDC 잔고는 약 25억 달러에서 20억 달러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JELLYJELLY 공매도에 사용된 자금 출처도 논란이 됐다. 온체인 분석 플랫폼 룩온체인은 해당 포지션을 여는 데 쓰인 자금이 바이낸스와 OKX에서 출금된 정황이 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커뮤니티 일각에서는 하이퍼리퀴드를 겨냥한 의도적 공격이라는 의혹과 대형 거래소 개입 가능성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업계 비판도 이어졌다. 그레이시 첸 비트겟 최고경영자(CEO)는 “하이퍼리퀴드는 제2의 FTX가 될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비전문적이고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처리됐다”면서 “거래소가 투자자의 손실을 떠안는 구조는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용자 자산과 플랫폼 자금이 분리되지 않는 혼합 볼트 구조, 거래 규모에 제한이 없는 설계, 고객신원확인(KYC) 및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의 부재 등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첸 CEO는 “JELLYJELLY 무기한 선물을 상장폐지하고 특정 가격에서 포지션을 청산한 결정은 매우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면서 “이런 구조가 지속된다면 더 많은 알트코인이 공격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이퍼리퀴드는 이더리움 레이어2(L2) 네트워크 아비트럼 기반의 자체 체인에서 운영되는 온체인 파생상품 거래소다. 사용자는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지갑만 연결해 거래할 수 있다. 빠른 체결과 낮은 수수료를 강점으로 내세워왔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시스템 안정성과 탈중앙성에 대한 회의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소식에 하이퍼리퀴드(HYPE) 가격도 하락세다. 이날 오후 5시 32분 코인마켓캡 기준 HYPE는 전일 대비 10.47% 떨어진 14.36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최고가(34.02 달러) 대비 약 57.8%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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