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성사를 위한 마지막 키를 쥐고 있던 KT(030200)스튜디오지니가 합병 찬성으로 내부 입장을 정리했다. KT스튜디오지니가 주장했던 합병 후 지분율을 티빙과 웨이브 측이 수용하면서다. 합병 후 KT스튜디오지니는 보유 지분을 매각하고 떠난다는 입장으로, 이르면 이달 중 티빙과 웨이브가 본계약을 체결할 전망이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티빙과 웨이브 합병에 끝까지 동의하지 않았던 KT스튜디오지니가 찬성하기로 내부 의사결정을 내렸다. 그간 티빙과 웨이브 합병은 다른 주주들은 모두 찬성했으나, KT스튜디오지니의 반대로 본계약 체결을 이루지 못했다.
KT스튜디오지니는 티빙 지분 13.5%를 보유한 2대 주주다. KT그룹 차원에서는 티빙과 웨이브 합병으로 인터넷TV(IPTV) 가입자 감소를 부추길까 우려해 의사 결정을 미뤄왔다.
그러다 양사가 KT스튜디오지니가 원하던 합병 비율을 수용키로 하면서 KT스튜디오지니가 찬성으로 돌아서게 됐다는 전언이다. KT스튜디오지니는 양사 합병 후 주주로 남기보다는 해당 지분을 매각하고 떠난다는 방침이다. 아직 뚜렷한 인수 주체는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티빙 혹은 웨이브 주주 측이 해당 지분을 되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KT스튜디오지니가 합병으로 돌아서며 이르면 이달 중 본계약 체결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관련 ‘임원 겸임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이다. 이 심사를 통과하면 향후 경영진의 양사 겸임이 가능해진다.
티빙과 웨이브는 최근 들어 KT스튜디오지니의 동의와 별개로 합병 속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을 속속 해왔다. SK스퀘어(402340)는 웨이브 신임 대표로 이헌 매니징디렉터(MD)를 선임했다. 2022년부터 웨이브 이사로 재직해 KBS(웨이브 지분율 19.8%), MBC(19.8%), SBS(034120)(19.8%)는 물론 티빙 측 주주인 CJ ENM(035760)(48.9%), KT스튜디오지니(13.5%), 미디어그로쓰캐피탈제1호(13.5%), SLL중앙(12.7%), 네이버(10.7%) 등과 긴밀한 소통이 가능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웨이브 1대주주인 SK스퀘어와 티빙 최대주주인 CJ ENM은 지난해 11월 각각 1000억 원, 1500억 원을 웨이브에 투자하기도 했다. 자금난을 겪던 웨이브를 긴급 지원하기 위해서다.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이 완료되면 토종 OTT 탄생으로 넷플릭스 견제가 가능해진다. 마케팅 비용 감축 등 규제의 경제 효과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양질의 콘텐츠 생산, 가입자 증가라는 선순환 효과를 낼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다. 티빙은 합병과 북미·아시아 진출을 통해 2027년 15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수립해놨다.
티빙과 웨이브는 2023년 말 합병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K-OTT 출범을 알렸다. 그러나 양사 주주 간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지난해 중순까지 합병에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반대 입장을 밝히던 주주들을 하나, 둘 설득해 나가며 이제 KT스튜디오지니의 동의까지 받아내며 합병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편 KT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대해서 다양하게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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