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일단락된 가운데 일부 상장사에서 소액주주 연대나 행동주의 펀드에서 추천한 인사가 이사회에 진출한 사례가 나타났다. 가족 경영으로 주가를 외면하는 경영 실태를 바로 잡고, 자회사 상장 등을 막아 주가 회복을 꾀하겠다며 의결권을 모은 결과다. 시장에서는 주가 반등을 기대하고 있지만 단기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에이치피오(357230)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29% 오른 245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덴마크 유산균 이야기’ 등 건강기능식품 전문업체로 지난달 31일 주총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추천한 감사가 선출되면서 7거래일 만에 주가가 반등했다.
행동주의 펀드인 스트라이드 파트너스는 에이치피오 지배구조와 잘못된 의사결정이 주가 부진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에이치피오는 2021년 5월 상장한 이후 단 한 번도 공모가(1만 608원)를 넘지 못했고, 시가총액도 4426억 원에서 1033억 원으로 줄었다. 스트라이드 파트너스는 에이치피오가 추진 중인 자회사 상장 철회를 요구하면서 남중구 변호사를 감사로 추천해 가결됐다.
코스닥 상장사인 스테인리스 가공업체 티플랙스(081150)도 주총에서 소액주주 연대가 추천한 구희찬 전 부사장이 상근 감사로 선임됐다. 소액주주 플랫폼인 헤이홀더를 통해 의결권 있는 주식 56.11%를 확보한 결과다. 이날 티플랙스 주가도 전 거래일 대비 1.9% 상승했다. 소액주주 연대의 법률 대리인 법무법인 위온은 과도한 가족 경영으로 회사 가치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전체 임원 7명 중 4명, 이사회 4명 중 3명이 모두 대표이사와 친인척 관계다. 최근 5년 누적 영업이익 453억 원을 내는 동안 대표이사 등 경영진이 챙긴 보수는 93억 원인 반면 주주 배당 총액은 30억 원에 그쳤다. 경영 투명화로 기업 가치를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콜마홀딩스(024720)는 미국 행동주의 펀드 달튼인베스트먼트의 임성윤 공동대표가 기타비상무이사로 합류했다. 기타비상무이사는 경영엔 참여하지 않지만 이사회에 참석해 의견을 낸다. 콜마홀딩스는 이사회 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주주 의견을 듣겠다며 안건을 의결했다. 이외에도 DI동일(001530)(이상국)과 유엑스엔(김병철·이한남) 등도 주주 제안을 통해 추천한 인사가 사외이사로 뽑혔다.
주주 제안으로 이사·감사 선임되는 사례가 늘어나는 건 주주 환원 요구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온라인 주주행동 플랫폼 활성화로 표 대결에서 소액주주가 이기는 사례도 늘었다. 대한상공회의소 분석 결과 상장사 200곳의 소액주주 평균 지분율은 47.8%로 최대주주·특수관계인(37.8%)을 웃돈다. 유가증권 상장사 덴티움(145720)도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지분 7.17%를 확보했다는 소식만으로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11.11% 상승했다.
다만 소액주주 연대나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가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라는 우려도 나온다. 과도한 배당이나 자기주식 소각 요구가 늘어날수록 장기 투자 여력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동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덴티움은 주주 환원 정책에 소극적인 모습으로 역사적 밸류에이션(평가 가치) 하단 수준까지 주가가 하락한 만큼 행동주의 펀드 개입이 주가 반전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도 “근본적인 실적 개선 전략이 나올 때까진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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