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계 사모펀드(PEF)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민병철 한국 총괄 대표 체제를 굳히면서 기존 투자 기업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투자 7년차를 맞은 콜센터 1위 기업 유베이스 매각을 재추진하는 한편, 락앤락 기업 분할 매각 검토 등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해 신규 펀드 조성에 힘을 싣기로 했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어피니티는 최근 국내 1위 콜센터 아웃소싱 전문기업 유베이스 매각을 위해 인수자를 찾고 있다. 유베이스는 어피니티가 2018년 12월 3800억 원에 인수했던 콜센터 아웃소싱 전문기업이다. 효성ITX, KT CS, 메타엠(옛 메타넷엠플랫폼) 등과 업계 상위권을 점하고 있다. 올초 해외 영업 전문가로 알려진 목진원 전 현대캐피탈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를 새 대표로 선임했다.
어피니티는 유베이스 인수 후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유사 업종 기업에 추가 투자하는 볼트온 전략을 구사했다. 2021년 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 넥서스커뮤니티를 161억 원에 인수한 데 이어 다음 해 텔레마케팅 전문업체 한일네트웍스를 1030억 원에 사들였다. 지난해에는 AI 기업 위고를 인수했다.
업계에서는 유베이스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사인 메타엠도 또다른 글로벌 PEF인 앵커PE가 보유하고 있는데 수년째 매각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콜센터 아웃소싱 업체 특성상 미래가치를 보고 투자하려는 인수합병(M&A) 시장 참여자들에게 매력적인 매물은 아니다”라며 “어피니티가 유베이스를 인수했던 가격보다 높은 값에 매각해 차익을 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피니티는 유일한 초기 인사인 민병철 한국 대표 중심으로 진용을 새로 꾸리면서 높은 가격을 고집하기 보다는 빠르게 정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어피니티는 박영택·이철주 전 회장, 이상훈 전 대표 등 기존 경영진 대부분이 회사를 떠나고 교보생명 투자를 담당했던 정익수 파트너도 최근 사임을 결정했다. 비슷한 시점에 교보생명 지분 투자금을 원금 수준만 받고 정리했다. 올해 초 김의철, 김형준 부대표가 파트너 승진하면서 3인 중심으로 신규 펀드를 조성하기 위해 기관투자자를 만나고 있다.
다만 기존 장기 투자기업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락앤락 처리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락앤락을 상장폐지한 어피니티는 일부 부동산 자산을 매각한 데 이어 중국과 베트남 기업을 중심으로 일부 사업부 분할 매각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락앤락 생산시설이 있는 해외 원매자에게 의향을 타진했지만 거래가 성사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반면 투자기업 중 실적 호조세인 서브원 덕분에 매각 시 전체 펀드 수익률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피니티는 2018년 LG그룹에서 소모성자재구매 사업부인 서브원을 5000억 원에 인수 했고 이후 사무용품 유통사인 오피스디포, 의약품 유통업체 비아다빈치를 추가 인수해 덩치를 키웠다. 매출은 2021년 4조 9812억 원에서 2024년 5조 7952억 원으로 커졌고, 영업이익은 1350억 원에서 2364억 원으로 증가했다.
한편 유베이스 매각과 관련해 어피니티 관계자는 “현재 유베이스 매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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