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016880)그룹이 국내 1위 상조 업체 프리드라이프를 8830억 원에 인수한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는 2016년 좋은라이프 인수로 상조업에 뛰어든 후 9년 만에 엑시트(자금 회수)하게 됐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웅진은 VIG파트너스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보유한 프리드라이프 지분 99.77%를 8830억 원에 인수하기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우선 인수 총액의 10%인 계약금 883억 원을 납입하고 잔금은 다음 달 말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남은 지분 0.23%는 VIG파트너스와 무관한 개인 주주 소유 물량이다. 추후 웅진은 이 물량도 사들일 계획이다. 프리드라이프는 지난해 말 기준 선수금 2조 5600억 원을 보유한 상조 업계 1위다.
VIG파트너스는 이번 프리드라이프 매각 차익 및 지난 1년간 배당으로 1조 원 넘게 회수하게 됐다. 리파이낸싱 및 소수 지분 매각 등을 통한 회수 금액과 합산하면 투자 원금의 4배 이상을 회수하게 된다. 이번 매각은 2016년 결성된 3호 펀드(약 7000억 원)의 세 번째 투자 회수 실적이자 2020년 결성된 4호 펀드(약 1조 원)의 첫 회수 기록이다.
웅진은 프리드라이프 인수를 위해 주주가치 방어와 재무 건전성 유지를 최우선으로 두고 자금 조달 구조를 짰다. 우선 유상증자가 아닌 1000억 원대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과 5000억 원대 인수금융으로 자금을 조달해 주주가치를 방어했다는 설명이다. 재무 건전성 유지 측면에서는 WJ라이프홀딩스와 WJ라이프라는 2개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자금 조달 주체와 인수 주체를 분리해 모회사 웅진에 대한 재무 위험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두 법인은 모두 웅진이 지분 100%를 보유한 SPC다. WJ라이프홀딩스가 자금을 조달하고 그 자회사인 WJ라이프가 프리드라이프를 인수하는 구조다. ‘웅진→WJ라이프홀딩스→WJ라이프→프리드라이프’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짠 것이다.
웅진의 프리드라이프 인수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과 차남인 윤새봄 웅진 대표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도서 영업사원에서 2011년 재계 32위 웅진그룹을 일군 윤 회장은 프리드라이프 인수를 그룹 재건의 주춧돌이 될 절호의 기회로 판단했다고 한다. 2세 경영자인 윤 대표 역시 기존 주력 사업인 영유아 교육이 경쟁 심화와 저출산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신사업 진출 기회를 모색해왔다.
웅진은 프리드라이프를 토털 라이프 케어 플랫폼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웅진 계열사가 보유한 교육, 정보기술(IT), 여가, 뷰티, 헬스케어 서비스와 연계해 사업 다각화에 나설 계획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웅진의 방문판매 노하우를 프리드라이프에 접목하면 점유율 추가 확대도 노려볼 만하다”며 “동시에 프리드라이프 채널을 통해 웅진씽크빅(095720) 등 계열사 상품 판매가 가능해 그룹 전체 수익성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VIG파트너스는 올 2월 17일 웅진에 프리드라이프 인수를 위한 배타적 우선협상권을 부여했다. 3월 말까지 약 5주간 정밀 실사가 이뤄졌고 이후 웅진은 VIG파트너스와 인수 가격 및 주요 조건을 두고 협상을 벌였다. 당초 VIG파트너스는 매각가 1조 원 이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최근 상조 업계의 경쟁 심화, 웅진 외 마땅한 인수 후보의 부재 등으로 1000억 원 이상 양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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