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차파트너스가 버스회사 매각을 추진 중인 가운데 잠재 인수자인 그리니치프라이빗에쿼티(PE)가 자금 모집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서울시가 버스회사 매각에 대한 사전심사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등 사모펀드 인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기관들은 출자를 주저하는 분위기다. 준공영제를 토대로 안정적으로 성장하며 사모펀드의 관심을 받아왔던 버스회사에 대한 투자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그리니치PE는 차파트너스의 버스회사 인수금액 총 3900억 원 중 1000억 원을 모집하는 데 그쳤다. 가장 많은 자금을 출자해 자금조달의 관건인 핵심 출자가(LP)도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니치PE는 올해 초 우선 협상권을 확보했으나 다음달까지 자금을 모으지 못하면 거래가 불발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니치PE는 환경기업 이도의 최정훈 대표가 2020년 설립한 사모펀드 운용사다. 업계에서는 이도가 이번 인수의 핵심 LP로 참여할 것으로 관측해왔으나 실제 출자 규모는 50억~60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니치PE는 2022년에도 칼리스타캐피탈·차파트너스와 함께 서울 시내버스 300여대를 보유한 선진운수를 1000억 원에 인수한 바 있다.
자금 모집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받는 것은 사모펀드의 투자 규제가 신설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 2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개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안에는 국내 민간자본이 진입한 후 5년 내에 재매각하거나 외국계 자본에 재매각할 경우 회사평가에서 5년간 200점을 감점하기로 한 내용이 담겨 있다. 투자 후 보통 5년 안에 매각하는 사모펀드의 인수를 사실상 제한하는 조항으로 분석된다.
인수·합병(M&A)시 서울시의 사전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밖에 버스회사 배당 성향을 100% 이하로 제한하고 차고지 임의 매각 시 임차료 지원을 중단하는 점도 자금 모집을 제한하고 있다.
그리니치PE로부터 출자 제안을 받은 기관의 출자 담당자는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시내버스 회사는 그동안 안정적인 투자처 중 하나로 꼽혀왔지만 최근 서울시 정책 변화에 대한 부담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니치PE는 인수하려는 대상은 차파트너스가 4개 펀드를 통해 보유 중인 버스회사 16곳이다. 차파트너스는 ‘퍼블릭모빌리티 1호 PEF’를 통해 한국BRT·명진교통·동인여객·대전승합을, ‘퍼블릭모빌리티 2호 PEF’를 통해 강화교통·삼환교통·송도버스·성산여객·인천스마트합자회사를, ‘퍼블릭모빌리티 3호 PEF’를 통해 동아운수를, ‘ESG퍼블릭모빌리티 PEF’를 통해 도원교통·선일교통·신길교통·세운교통 등을 인수했다. 서울, 인천 등 수도권에 위치한 이들 버스회사가 보유한 시내버스는 총 2000대에 이른다. 이중 명진교통은 차파트너스가 지난해 7월 선진네트웍스그룹에 100억 원을 받고 매각했다.
차파트너스는 지난해 글로벌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매각을 시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서울시가 시내버스를 인수할 수 있는 자산운용사의 자격 기준을 ‘설립 후 2년이 경과한 국내 자산운용사’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당시 매각 절차의 투명성을 두고 LP들이 반발하면서 차파트너스는 매각 방식을 경쟁입찰로 바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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