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026890)의 개인주주연합이 회사 측에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회사 측이 시한 내 답변하지 않을 경우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표 대결을 통해 자사주 소각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개인주주연합은 지난달 28일 스틱 본사에 방문해 이달 16일 오전 10시까지 자사주 소각 계획 등을 밝히라고 제시했다. 개인주주연합은 스틱이 별도 입장을 내놓지 않을 상황을 가정해 16일 본사 앞 시위 신고도 마쳤다. 경영진이 답변을 계속 거부할 경우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할 방침이다. 상법 제366조에 따르면 상장사의 경우 지분율 3% 이상 보유한 주주는 임시주총을 소집할 수 있다. 회사 측이 거부해도 법원이 허가하면 임시주총이 개최될 수 있다. 개인주주연합의 스틱 지분율은 이달 5일 10시 기준 5.67%(561명)다. 소액주주연합 출범을 알렸던 지난달 26일(4.52%·479명)과 비교하면 불과 10여일 만에 지분율은 1.15%, 주주 수는 82명이나 늘었다.
스틱 측은 개인주주연합 관련 입장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메일 등 제한된 방식으로 개인주주연합과 소통하는 한편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와 미리캐피탈, 5% 미만 지분을 가지고 있는 복수의 외국 기관 투자자와 주주환원 확대 등을 두고 긴밀히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자사주(13.5%)를 전량 소각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현재 보수적인 입장으로 파악됐다.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 및 특수관계자의 지분율은 19%인데 반해, 얼라인·미리·소액주주연합의 합산 지분율이 24.31%로 자신들 지분율을 넘어서게 됐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LP) 출자금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PEF 특성 상 경영권 변경 가능성이 낮다고 하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우호 세력에 자사주 일부를 넘겨 의결권을 부활시키는 방안 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틱 내부에서 긴밀히 논의가 오가는 줄로 안다”며 “배당을 확대하는 안으로 먼저 행동주의 투자자를 달래고, 연도별 주가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소액주주연합이 스틱에 강경한 입장을 내놓는 건 새 정부 출범과 무관치 않단 분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원칙적으로 의무화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재매각을 허용하는 방안을 공약했다. 소액주주연합 역시 이 점을 강조하며 회사 측을 강도 높게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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