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테슬라와의 대규모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계약 체결 소식에 힘입어 11개월 만에 주가 7만 원대를 회복했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와 3위 LG에너지솔루션(373220)을 중심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되며 코스피지수의 상승 퍼즐이 맞춰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외국인들은 상반기 주도주였던 방산 업종에 대해서도 비중 확대 의견을 내놓으며 자본시장 활성화 등 정책적 기대와 실적 모멘텀(상승 여력)에 대한 기대감을 동시에 키우는 모습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6.83%(4500원) 오른 7만 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9월 4일(종가 7만 원) 이후 약 11개월 만에 ‘7만 전자’로 복귀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이날 하루에만 각각 6811억 원, 2548억 원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이날 강세는 테슬라와 약 23조 원 규모의 공급계약으로 파운드리 부문이 구조적인 전환기를 맞이했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와카스기 마사히로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선임 애널리스트는 “삼성이 글로벌 기업과 체결한 165억 달러 규모의 2나노 파운드리 계약은 향후 연평균 10% 수준의 매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으며 추가적인 글로벌 팹리스 업체들과의 계약 가능성도 높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외국인은 이달(1~28일) 삼성전자만 2조 7285억 원을 순매수하며 코스피 종목 중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입했다. 지난달 순매수 1위였던 SK하이닉스(000660)(1조 4714억 원)와 비교해도 월등히 많은 수치다. 앞서 외국인은 4월과 5월에는 삼성전자를 각각 2조 7762억 원, 1조 2778억 원어치 팔아 치우며 순매도 1위에 이름 올린 바 있다.
삼성전자의 공급망에 있는 소재·부품·장비 종목들도 일제히 급등했다. 반도체 후공정 기업인 두산테스나(29.96%)가 상한가를 기록했고, 솔브레인(15.67%)·코미코(19.16%)·동진쎄미켐(9.23%) 등 미국 테일러 공장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뿐 아니라 파운드리 장비 공급사인 원익IPS(15.38%)·HPSP(4.29%)도 강세를 보였다.
시가총액 1위 종목인 삼성전자의 약진으로 코스피지수 전체의 추가 상승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1~28일) 코스피 시장에서 총 4조 7524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올 5월 1조 1656억 원, 6월 2조 6926억 원을 순매수했는데 3개월 연속 매수 규모를 확대한 셈이다. 이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9개월 연속 순매도를 이어오던 흐름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코스피는 이날 전장 대비 13.47포인트(0.42%) 오른 3209.52에 거래를 마치며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이 같은 외국인 유입이 단기에 그치지 않고 하반기 실적 모멘텀과 맞물려 지속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이 반도체 외에 기존 주도주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점치면서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보고서에서 “한국 방산업은 구조적 슈퍼 사이클의 초입에 있다”며 “향후 5년 내 한국이 글로벌 톱5 방산 강국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한국항공우주(047810)·LIG넥스원(079550) 등 주요 방산 종목이 지정학적 유연성, 비용 효율성, 미국·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무기와의 호환성 등에서 글로벌 경쟁사 대비 우위를 갖춘 것으로 평가했다.
올 상반기 코스피 상승 랠리에서 소외됐던 2차전지 일부 종목들도 다시 주목받는 모습이다. JP모건은 이날 LG에너지솔루션의 목표 주가를 기존 36만 원에서 42만 원으로, 모회사 LG화학(051910)은 30만 5000원에서 36만 원으로 상향하며 하반기 한국 시장 내 ‘최선호주’로 꼽았다.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은 이날 각각 4.68%, 1.95% 오른 38만 500원, 31만 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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