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주요국과의 관세 협상 결과를 반영한 행정명령에 서명(7/31)한 가운데, 환율이 다음 협상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고율 관세정책과 함께 환율 보고서(6/5)를 통해 달러화 고평가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 스티븐 미란이 제안한 ‘마러라고 합의’ 구상이 주목받고 있다. 이 구상은 관세와 안보 보장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통화 협정을 체결하려는 전략으로, 플라자합의(1985년)에 착안한 정책이다.
미란은 보고서에서 미국이 겪고 있는 만성적 경상수지 적자와 제조업 부진의 근본 원인을 ‘기축통화 지위로 인한 달러화의 구조적 고평가’로 지적한다. 그러나 달러의 고평가는 기축통화 역할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미국 경제가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온 데에도 기인한다. 또한 강달러는 미국의 구매력을 높여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으며, 해외자본 유입을 통해 기술집약적 산업 성장을 가능하게 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여전히 견고한 달러화의 위상을 감안하면, 미란이 우려한 ‘트리핀 딜레마’의 임계점이 단기간 내에 도래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마러라고 합의 구상의 현실화에는 여러 제약이 존재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무역정책은 정책 신뢰도를 저하해 통화 협정에 대한 합의 도출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또한 통화 절상에 따른 부담으로 중국·EU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공조 가능성도 낮은 상황이다. 이 밖에 외환시장 규모가 플라자합의 당시보다 6배 이상 확대되었고, 미국 국채의 57%를 민간 부문이 보유하고 있어 정부 주도의 개입만으로 환율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다만 마러라고 합의가 불발되더라도, 미국은 각국의 관세 영향 최소화를 위한 통화가치 절하를 막기 위해 통화 강세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마러라고 합의가 실현되거나 통화가치 절상 요구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하락할 경우, 우리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은 불가피하다. 실증분석 결과 환율 10% 하락 시 수출은 0.25% 감소하고, 수입은 1.3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의 경우 원화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해 수출기업이 달러기준 수출가격을 인상하려는 유인이 커지지만, 이로 인한 수출물량 감소 영향이 더 큰 것으로 추정된다. 수입의 경우 원화환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입물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고조되며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으며, 관세조치와 통화협정이 연계될 가능성이 커질 경우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환율 변동성이 1%p 확대될 경우, 한국의 수출물량은 1.5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환율 10% 하락 시 원자재 수입단가를 낮추어 평균 생산비용을 3.0% 절감시키는 긍정적인 측면도 존재하며, 제조업을 중심으로 그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특히 원자재 수입의존도가 높은 석탄·석유제품(7.2%), 1차 금속제품(6.0%) 등에서 원가절감 효과가 두드러졌다.
이처럼 고율 관세정책에 더해 마러라고 합의가 현실화될 경우, 원/달러 환율의 하락과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다. 이에 정부는 환변동보험, 정책금융, 한시적 세제 감면 등 취약 수출업종을 중심으로 맞춤형 지원을 확대하고, 외환시장 안정장치 마련과 대외 협상력 제고에 나설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관세 조치로 인한 미국 수입업체의 수출단가 인하 요구가 커지고 있어, 원화절상이 지속될 경우 수출기업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제조원가 절감을 위한 자동화 및 디지털 전환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 아울러 기업 차원에서도 환 헤지 수단을 적극 활용해 환리스크 관리에 힘쓰고, 환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현지 조달 및 생산체계를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