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임 도전을 포기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업계 친화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민주당도 입장을 바꿔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표심을 얻을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11월 대선을 107일 앞두고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사퇴했다. 현직 대통령이 대선 후보 공식 지명 절차만을 남겨두고 재선 도전을 공식적으로 포기한 초유의 사태다. 정치적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비트코인(BTC)은 한때 6만 6000달러 선까지 떨어졌지만 이내 회복했다. 22일 오후 4시 17분 코인마켓캡 기준 BTC는 전일 대비 0.66% 오른 6만 7238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일주일 간 6% 넘게 상승했다.
가상자산 업계는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결정에 환호하는 분위기다. 조시 길버트 이토로 시장 분석가는 “바이든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결정은 가상자산의 승리”라고 묘사했다. 그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률이 오랜 기간 우위에 있을수록 그의 승리가 가상자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이후 엑스(구 트위터) 프로필을 레이저 아이로 바꾸기도 했다. 레이저 아이는 BTC의 미래를 낙관하는 자를 상징하는 일종의 밈(meme)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BTC를 포함해 가상자산을 재선 캠페인의 핵심 정책으로 삼고 있다. 그는 오는 25일 미국 내슈빌에서 열리는 비트코인 2024 컨퍼런스에 연사로도 참석할 예정이다. 가상자산 친화 정책으로 표심을 끌어모으는 모습이다.
반면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가상자산에 적대적 입장을 취해왔다. 바이든 행정부 아래에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다양한 가상자산을 증권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와도 법적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가상자산 전문매체 디크립트는 “민주당이 가상자산 정책에 대해 통일된 입장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업계 많은 사람이 소외감을 느끼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레이스 포기가 민주당에 새로운 기회라는 의견도 나온다. 가상자산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의 핵심 이슈로 부상한 만큼 민주당도 기존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에서 벗어나 가상자산을 포용하는 정책으로 표심을 되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제이크 체르빈스키 가상자산 벤처캐피탈 배리언트 펀드 최고 법률책임자는 “최근 경합 주 여론조사를 보면 유권자 5명 중 1명이 가상자산을 주요 이슈로 여기고 있다”면서 “이중 절반이 산업에 간섭하는 후보자에 불신을 갖고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러한 표심을 공략해 승률을 높였기에 민주당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폭스 비즈니스는 “바이든의 불출마 결정은 민주당 지도부가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기술을 지원할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하면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그간 가상자산 관련해 별다른 주장을 내놓지 않은 인물로 알려졌다. 코인텔레그래프는 “해리스 부통령은 의원들 사이에서 디지털 화폐, 토큰화, 블록체인, 대체불가토큰(NFT) 등에 대해 발언을 한 적이 없는 특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과 그의 남편은 모두 투자에 적극적이지만 지난 2023년 백악관 재정 공개에 따르면 둘 다 가상자산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매체는 “해리스 부통령이 실리콘밸리와 연결돼 있고, 기술 친화적 인물인데도 가상자산에 조금도 호기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가상자산에 대한 명백한 거부감이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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