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이 전체 발행주식의 20%에 해당하는 2조 5000억 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전격 발표했다. 영풍·MBK파트너스와의 지분율 격차를 뒤집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자사주 공개매수를 위해 마련한 차입금을 일반 주주가 청약한 돈으로 갚겠다는 것인 데다 주당 납입 가격도 전날 고려아연 종가(154만 3000원)의 43%인 67만 원에 불과해 기존 투자자를 농락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거세다.
◇유상증자·자사주 소각 완료 시 지분율 역전 성공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전날 긴급 이사회를 열고 결의한 유상증자는 영풍·MBK파트너스와의 지분율 격차를 단번에 해소할 수 있는 카드다. 특히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주주당 최대 3%로 청약 물량을 제한한 것은 이번 유증에 우군을 다수 결집시켜 영풍·MBK 측 지분율을 넘어서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다.
고려아연이 계획 중인 2조 5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와 최근 공개매수로 취득한 자사주의 대규모 소각이 완료되면 영풍·MBK의 지분율은 현재 38.47%에서 36.06%로 2.4%포인트가량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최윤범 회장 일가와 베인캐피털의 합산 지분율은 현재 17.05%에서 16.26%로 0.8%포인트가량만 낮아진다. 이날 고려아연 이사회에서 결정한 주주당 배정 물량 최대치(3%)를 이들이 모두 청약했을 경우를 가정한 숫자다.
여기에 기존 우군으로 분류돼왔던 트라피구라·현대차·LG화학·한화나 다른 법인들이 추가로 이번 유증에 참여한다고 가정하면 이들의 총 합산 지분율은 영풍·MBK 측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특별관계자로 묶이지 않은 최 회장 측 우호 세력들이 유증에 대거 참여한다면 사실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주당 89만 원의 공개매수 때와는 달리 유증 공모가가 67만 원 선이라면 배임 논란을 피해 들어오는 게 가능하다.
만약 이런 예상이 현실화될 경우 영풍·MBK와 최 회장 측 지분율은 각각 36.06% 대 38.53%로 역전될 수 있다. 아울러 고려아연은 우리사주조합에 이번 유증 물량의 20%를 우선 배정하기로 하면서 최 회장 측 지분율을 추가로 3.33%포인트 높이게 만들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금력이 있는 MBK에 최대 청약 물량을 제한해두면서 최 회장은 우군들을 모아 지분율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라며 “상대편의 손발을 묶어둔 사이 아군을 늘리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린 셈”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기존 1.4%의 자사주를 우리사주에 처분하는 방안의 경우 배임 이슈에 걸릴 수 있어 기습적인 유증을 꺼낸 것으로 짚었다.
◇'청약 3% 제한' 법적 논란 넘을 수 있을까
그렇지만 자신들이 자사주 공개매수로 유통 물량을 대거 없애놓고 다시 신주를 발행하는 점, 유증 목적 대부분이 공개매수 차입금 상환을 위한 용도인 점 등은 비판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시장에서는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1인당 청약 물량을 최대 3%로 제한한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갑론을박도 펼쳐지고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청약 기회를 주는 일반공모 방식을 택하면서 청약 물량을 제한하는 조항을 뒀다는 점에서 법적 논란이 생길 여지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증권 인수 업무 규정을 보면 청약 물량을 제한하는 뚜렷한 근거가 없다”면서 “회사가 주주 균등 배정을 하지 않은 채 자의적으로 물량을 제한한다는 것인데 일반공모 취지와는 배치되는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
영풍·MBK도 이번 유증을 두고 법적으로 하자가 많은 데다 시장 내 공정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부당한 처사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MBK 관계자는 “청약 제한에 걸리는 기존 주주들에게 귀속돼야 할 부(wealth)를 저가에 들어오는 신규 주주에게 이전시키는 부당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이번 청약 방식이 관련법에 근거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상 일반공모 증자에 대해 1인당 청약 물량 제한을 금지하고 있지 않다”면서 “특히 이번 일반공모 증자가 주주 기반 확대를 통한 국민기업화 및 유통 물량 확대에 따른 주가 불안전성 해소 등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봤을 때 합리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고려아연이 이번 유증으로 마련하는 2조 5000억 원 중 2조 3000억 원을 차입금 상환용으로 쓰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주주 환원을 위해 자사주 취득 후 소각을 계획해놓고 다른 주주 자금으로 차입금을 갚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실제 최 회장 등 고려아연 현 경영진은 지난달 23일까지 영풍·MBK에 맞서는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대규모 차입을 일으킨 바 있다. 메리츠증권(1조 원), SC은행(5000억 원), 하나은행(4000억 원), 한국투자증권(2000억 원) 등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신규로 일으킨 차입금만 총 2조 3000억 원에 달한다.
금감원도 31일 함용일 부원장 주재로 관련 브리핑을 열고 관련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고려아연 주가 급락으로 투자자들의 날 선 비판이 밸류업을 추진하고 있는 당국에도 번지게 되자 가만있기 어려워진 상황이 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려아연은 조달 자금을 국가전략산업 육성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쓰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회사의 미래 성장과 발전이 아닌 경영권 사수를 위한 것”이라며 “밸류업 추진 와중에 개미투자자 이익과 배치되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 당국도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짚었다.
◇2003년 현대엘리베이터 분쟁 때와 데쟈뷔…당시 신주 발행금지 가처분
영풍·MBK파트너스는 신주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유상증자를 저지할 것이 확실시된다. 고려아연이 ‘국민주’를 거론하면서 과거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이 KCC로부터의 경영권 공격에 대응할 목적으로 진행했던 ‘국민기업’을 위한 유증과 닮은꼴이라는 해석이다. 당시 법원은 KCC 측이 제기한 신주 발행금지 가처분을 받아들여 제동을 걸었다.
법조계에서 떠올리는 사례는 2003년 현대엘리베이터의 일반공모 유상증자 소송이다. 당시 고(故) 정상영 KCC 명예회장 측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0.78%를 장내에서 매집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자 현 회장 측은 반격 카드로 “국민이 주인인 기업을 만들겠다”는 명분을 내걸고 1000만 주를 유증하기로 깜짝 발표했다.
당시 발행주식(561만 주)의 2배에 가까운 막대한 물량인 데다 신주 가격도 기준 가격보다 30% 할인된 가격을 제시했다. KCC의 대규모 유증 참여를 막기 위해 1인당 청약 한도도 300주로 제한했다. 이번에 고려아연이 할인율 30%, 청약 한도를 3%로 제한한 것과 상당히 유사하다.
이에 KCC 측은 “이를 저지해달라”며 신주 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인용했다. 경영권 방어 자체가 회사와 일반 주주에게 이익이 되면 예외적으로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배제한 신주 발행이 허용되지만 이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당시 재판부는 “이번 유상증자는 회사 경영을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서가 아니라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기존 대주주와 현 이사회의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해당 판결로 현 회장이 국민이 주인인 기업을 만들겠다고 내세운 ‘현대그룹의 국민기업화’는 무산됐다. 다만 이후 KCC가 5%룰 위반 등으로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주식 처분명령을 받으면서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됐다.
회계기준에 따른 차이를 제거한 현금기준 실질 수익성 판단 지표로, 매출을 통해 어느정도의 현금이익을 창출 했는가를 의미한다.
즉, EBITDA마진율은 매출액 대비 현금창출능력으로 볼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마진율이 높을수록 기업의 수익성이 좋다고 판단할 수 있다.
EBITDA마진율 = (EBITDA ÷ 매출액)*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