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고려아연, 영풍 의결권 배제…'경영권 분쟁' 결국 법정 간다

집중투표제 가결, 3월 정기주총부터
이사회 상한 19명, MBK 과반 실패
최윤범 '기습 카드'로 재반격 하자
가처분 등 향후 법적 분쟁 이어질 듯

  • 서종갑 기자·황정원 기자·이충희 기자
  • 2025-01-23 19:03:58
  • 프린트하기
  • 이메일보내기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영풍(000670)·MBK파트너스와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결국 법정에서 결론 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 측이 기습적으로 순환 출자를 통한 ‘상호주 의결권 제한’ 카드를 꺼내면서 ‘손발’이 묶인 MBK 측이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는 데 실패했다. MBK는 임시 주총 효력 정지 가처분 및 상호주 의결권 제한 무효 소송 등 법적 절차에 돌입할 방침이라 양측의 경영권 공방이 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고려아연은 23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임시 주총을 열어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 수(19명) 상한 설정, 신규 이사 선임 등의 안건에 대한 심의·표결을 진행했다. 주총 출석 주식 수는 1145만 9974주로 출석률은 63.1%였다. 최 회장은 이날 주총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주총에서 논란이 된 것은 상호주 의결권 제한이다. 최 회장 측은 이달 22일 보유하던 영풍 지분 10.33%(19만 주)를 고려아연의 100% 손자 회사인 호주 선메탈코퍼레이션(SMC)에 장외 매각했다. 고려아연은 선메탈홀딩스(SMH) 지분 100%를 갖고 있고 SMH가 SMC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어 ‘영풍→고려아연→SMH→SMC→영풍’이라는 순환 출자 구조가 형성됐다. 공정거래법은 기업의 순환 출자를 엄격하게 제한하지만 ‘해외 법인’은 예외인 허점을 파고들었다.

상법 제369조 3항에 따르면 회사가 단독 또는 자회사를 통해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 10%를 초과해 갖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갖고 있는 상대방에 대한 의결권은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순환 출자 구조로 계열사 간 경영권을 보호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도입된 규정이다. 즉 고려아연과 SMC가 영풍 지분 10%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 25.42%(약 526만 주)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된다는 게 최 회장 측의 주장이다.

실제 이날 의장을 맡은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는 이러한 이유를 들어 “본 주총에서 영풍은 당사 주식 526만 주에 대해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46.7%로 과반에 가깝던 영풍·MBK의 의결권을 15%대로 떨어뜨린 것이다. 이 경우 우호 세력을 모두 더해 의결권 약 39%인 최 회장 측이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 법원이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에 제동을 걸면서 MBK가 승기를 잡은 듯했지만 다시 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영풍 측 대리인은 곧장 반발했다. 대리인은 “상법은 외국 회사에 적용되지 않고 법률상 근거가 있지도 않다”며 “주주와 자본시장을 우롱하는 행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풍의 의결권이 묶이자 최 회장 측의 의도대로 결과가 나왔다. 제1-1호 의안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은 찬성률 76.4%로 통과됐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주주에게 부여하고 원하는 후보에게 몰아주는 방식으로 투표할 수 있어 특별관계인이 많은 최 회장 측에 유리하다. 올 3월 정기 주총부터 적용된다.

또 이사 수를 최대 19명으로 제한하는 안건도 통과돼 MBK 측이 이사회를 차지하지 못하게 됐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11명, 영풍·MBK 측 1명 구도다. 신규 선임 이사 후보는 고려아연이 추천한 7명이 모두 선임돼 18명 대 1명이 됐다.

영풍·MBK는 이른 시일 내 법원에 임시 주총 결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할 계획이다. 아울러 공정거래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을 포함해 SMC가 영풍 지분을 불필요하게 취득하도록 한 것이 배임이라고 보고 최 회장을 고발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시장에서는 과거 한진칼 경영권 분쟁 사례처럼 상대방 의결권을 제한하고 싶다면 법원에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통해 적법한 절차를 밟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쓴 자사주 공개매수, 일반공모 유상증자, 집중투표제 등과 같이 ‘묘수’가 아닌 ‘악수’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인 셈이다.

다만 예상과 달리 MBK가 의장석을 빼앗는다거나 동시에 다른 장소에서 주총을 여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 향후 법적 분쟁에서 승산이 있다고 여기기 때문으로 보인다. 가처분 결과는 정기 주총 전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향후 법적 쟁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은 호주에 있는 외국법인이자 주식회사가 아닌 SMC가 국내 상법을 그대로 적용받을 수 있는지 여부다. MBK 측은 상법 제618조를 근거로 “국내 법인이면서 주식회사일 경우에만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은 국내 상법의 ‘상호주 제한’은 해외의 자회사를 주식회사로 특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전날 SMC를 ‘유한회사’로 밝혔다가 이날 ‘Australian Proprietary Limited(Pty Ltd) Company’로 정정했다. 고려아연 측 변호사는 “상법에서 회사라고 할 때 외국 회사를 포함하는지에 대해서는 상법상 자회사의 모회사 주식 취득 금지가 유사한데 국내뿐 아니라 외국 회사에서도 적용을 한다는 게 통설”이라고 말했다. 또 상법상 회사의 자회사에는 외국 자회사도 포함된다는 법무부 유권해석이 있다고 법률 검토 결과를 덧붙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XC
2025.01.23 (장종료)
종목명 현재가 전일비 등락률 추세차트 EBITDA 마진율
코스피고려아연 757,000 2,000 -0.26%
코스피영풍 418,000 21,500 -4.89%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