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솔루션즈·롯데글로벌로지스 등 기업공개(IPO) 대어들이 줄줄이 발을 뺀 것과 달리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3000억 원을 밑도는 중소형 공모주가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상장 후 주가 강세에 따른 ‘학습 효과’에다 오는 7월 대규모 IPO 제도 개편 이전에 우량 공모주를 잡으려는 심리가 배경으로 꼽힌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약 2500억 원의 가치로 IPO에 나서 전날 일반청약을 마감한 바이오 기업 인투셀은 개인 투자자에게서 7조 2300억 원의 청약 증거금을 받아냈다. 인투셀은 2015년 설립돼 항암제에 쓰이는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기업으로 재무제표가 공개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100억 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기술특례상장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인투셀은 22만 6237건의 청약 신청을 접수해 최종 청약 경쟁률 2269대 1을 기록했다. 인투셀은 이달 23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할 계획이다.
시가총액 1000억~2000억 원 대의 중소형 IPO 기업의 흥행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이달 9일 뷰티바이오 기업 바이오비쥬(기업가치 1400억 원)가 4조 229억 원의 증거금을 모았고, 면역항암제 기업 이뮨온시아는 3조 7563억 원을 받았다. 이는 직전 시가총액 4~5조 원대의 DN솔루션즈와 약 5000억 원의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잇달아 수요 부진으로 상장 추진을 접은 것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연초 LG CNS의 상장 후 주가 부진으로 대형 공모주 시장이 얼어붙었을 때에도 중소형 공모주 대다수는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청약 모두를 흥행시키며 증시에 진입했다.
중소형 공모주는 상장 후 유통 물량이 적어 주가 방어가 비교적 쉽다는 특성을 갖는다. 이달 8일 공모가 6800원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나우로보틱스는 주가가 2만 5300원까지 뛰었다. 상장 당시 공모액이 170억 원에 그쳤고 전체 발행 주식 중 27.4%(234억 원)가 유통 가능해 대규모 매도 물량 출현 가능성이 작았다. IB 업계 관계자는 “상장 후 주가가 부진한 LG CNS는 유통 물량만 1조 7000억 원이 넘었다”며 “물량이 작아야 시장이 이를 소화하고 주가 상승도 쉬워진다는 점을 주목한 투자 수요가 중소형주로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IPO 제도 개편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등 정책 당국은 기관투자가의 공모주 장기 보유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해 7월 시행할 예정인데 이로 인한 효과에 대해서는 업계 의견이 분분하다. 기관의 장기 보유는 단기 매도 물량을 줄여 주가 부양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규제 신설로 기관의 수요예측 참여가 줄면서 IPO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반론이 있다. 제도 변경에 따른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이어서 본격 시행 전 공모주를 잡으려는 심리가 강하게 발동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제도 시행에 따른 불확실성에 과거 연이은 주가 강세에 따른 학습 효과로 최근 중소형 공모주로 투자 수요가 강하게 몰리고 있다”며 “다만 일부 기업은 펀더멘털 없이도 흥행에 성공하고 있어 시장 과열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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