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해운사 HMM(011200)이 2조 2000억 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공개매수한다. 이번에 매입한 자사주는 전량 소각한다는 방침이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MM은 이달 18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약 한 달간 자사주 공개매수에 나선다. 이번 매입 대상은 보통주 8180만 1526주로 주당 단가는 2만 6200원이다. 총 취득 예정 금액은 2조 1432억 원으로 HMM 시가총액의 9.46% 수준이다. HMM은 이달 14일 기준 전장 대비 450원(2.00%) 내린 2만 2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매입 단가가 현 주가보다 높은 만큼 공개매수 기간 동안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공개매수 주관사는 KB증권이 맡았다.
이번 공개매수에는 HMM 지분 36.02%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 산업은행과 2대 주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모두 참여한다. 취득한 자사주는 다음 달 24일까지 전량 소각할 예정인 만큼 1·2대 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수는 감소하게 된다.
산은과 해진공은 2023년 하반기 하림그룹에 HMM 지분 57.9%를 6조 원대 초중반 가격에 팔기 위한 협상을 벌였으나 최종 합의에 실패했다. 이후 이들이 그간 보유해온 HMM 영구 전환사채(CB)가 보통주로 속속 전환되면서 양사의 합산 지분율도 71.69%로 크게 뛰었다. 여기에 ‘K조선 훈풍’으로 HMM의 시총이 20조 원 이상으로 증가하면서 경영권 매각은 더욱 난항을 겪게 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HMM의 경영권 매각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경우 이번 공개매수 영향으로 인수 희망자가 소화해야 할 주식 물량이 감소해 부담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 HMM은 올해 2조 5000억 원 규모의 주주 환원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1월 5286억 원을 결산 배당으로 지급한 데 이어 이번 자사주 소각까지 더한다면 당초 계획보다 많은 금액을 주주 환원에 투입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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