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실채권(NPL)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둔화 여파로 금융권의 고정이하여신이 늘어나면서 은행들이 건전성 유지를 위해 부실채권을 적극 매각하고 있는 영향이다.
이승재 iM증권 연구원은 3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은행 부실채권 잔액은 16조 6000억원으로, 2019년 3분기 수준까지 되돌아갔다”며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은행 0.42%, 저축은행 10.16% 등으로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관련 채권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쏟아지면서 NPL 매각 물량 확대를 자극한 점도 시장 성장세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NPL 투자사들의 위상도 달라졌다. NPL 매입 규모는 2022년 말 2조 원 수준에서 지난해 말 8조 원대로 4배 가량 뛰었다. 이 가운데 전업사의 비중이 98.7%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원은 “담보부 NPL을 할인 매입 후 회수율을 높여 되팔거나 변제 프로그램을 통해 수익을 내는 구조가 정착된 영향”이라고 짚었다.
이에 따라 NPL 투자사들의 자금 조달도 활발해졌다. 연합자산관리(유암코) 올 7월 6000억 원 규모 공모채 발행에 나서 15 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신에프엔아이, 하나에프엔아이, 키움에프엔아이 등도 연이어 오버부킹에 성공하며서 기관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인했다. 이 연구원은 “연말로 갈수록 금융권의 건전성 관리 강화로 부실채권 매각이 늘어나면서 NPL 전업사의 매입 규모가 동반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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