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증권사들이 외환거래에서 수백억 원대 손실을 입고 있다. 특히 영업 규모가 작아 환헤지 여력이 크지 않은 중소형사들이 직격탄을 맞는 모습이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교보증권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외환거래에서 407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406억 원에 맞먹는 규모다. 순이익은 308억 원으로 집계됐다. 파생결합사채(ELB) 등 외화표시 상품이 환율 급등에 따라 장부상 평가손으로 잡힌 영향이 컸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실현된 손실은 아니고 외화표시 상품은 대부분 환헤지를 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LS증권도 3분기 106억 원의 외환거래 순손실을 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7억 원 적자, 순이익이 29억 원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담이 크다. LS증권은 “환율 상승으로 외화부채 평가액이 늘어 외화환산손실이 커졌다”며 “외환차손익만 보면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27억 원의 차익을 실현했다”고 밝혔다.
신영증권 역시 같은 기간 168억 원의 외환거래 순손실을 냈다. 3분기 영업이익(360억 원)과 순이익(302억 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환차손이 전년 120억 원에서 3분기 284억 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환율 급등은 중소형 증권사에 더 치명적이다. 영업이익 규모가 작고 자체 환헤지 역량이 제한돼 갑작스러운 환율 변동은 실적에 직접적인 충격을 준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환율 급등 충격이 외화 차입·채권 발행 등으로 번지면서 헤지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사들이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형사도 환율 변동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업계에서 해외 자산 비중이 가장 큰 미래에셋증권은 3분기 연결 기준 697억 원의 외환거래 손실을 기록하며 업계 최대 폭의 부진을 보였다. 3분기 영업이익 2228억 원, 순이익 3438억 원으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재무 여력은 있지만 4분기에도 환율 급등이 지속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환율 급등이 해외 자산 및 해외 법인 자본 평가액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도 511억 원의 외환거래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3분기 영업이익 1441억 원, 순이익 1005억 원과 비교해도 적지 않은 비중이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헤지 거래를 통해 실제 환차익은 59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나증권은 3분기 누적 기준 546억 원의 외환거래 순손실을 입었다.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2798억 원의 외환차손이 발생한 영향이 컸다.
실제로 3분기 국내 증권사의 순이익은 2조 4923억 원으로 전분기(2조 8502억 원)보다 3579억 원 감소했다. 외화부채 환산손익 악화로 외환 관련 손익이 7075억 원 흑자에서 2104억 원 적자로 전환된 영향이 컸다.
4분기에도 환율이 1470원대까지 상승하는 등 변동성이 이어지면서 증권사들의 외환거래 손실은 지속될 전망이다. 환율이 상승하면 외환위험액과 외화자산 관련 신용위험액이 확대돼, 특히 외화부채가 많은 증권사를 중심으로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악화될 수 있다. 자본 규모가 작은 중소형사일수록 환율 급등에 따른 NCR 하락 민감도가 높아 레버리지 운용이 제한되고, 신규 사업 추진에도 제약이 될 수 있다.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X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