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와 법인 투자 허용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업계와 직접 소통에 나섰다. 한국 가상자산 산업이 강도 높은 그림자 규제로 글로벌 흐름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가실지 주목된다.
24일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 가상자산과에서 최근 가상자산사업자(VASP) 대표들과 개별 면담을 통해 현물 ETF와 법인 투자 허용 시 긍정·부정적 효과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신설된 가상자산과는 가상자산 관련 정책·감독 업무를 전담한다.
그는 “(금융위가) 업계 의견에 적극 귀 기울이는 등 면담 분위기가 좋았다”며 “그동안 가상자산에 보수적이던 분위기와 달랐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지난 2018년 시세 조종 등의 우려로 한국 법인의 가상자산 계좌 개설을 금지했다. 법령에 근거를 두지 않은 그림자 규제다. 또 지난 1월엔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자마자 해당 ETF의 국내 거래를 막았다. 국내 증권사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금융위의 기류 변화는 한국 가상자산 산업이 강도 높은 규제로 글로벌 시장의 흐름에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덕분으로 보인다.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는 지난 1월 첫 거래일부터 코스피 시가총액에 맞먹는 거래량을 기록했으며 지난주 누적 순유입액 2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에릭 발추나스 블룸버그 애널리스트는 “금을 기반으로 한 ETF는 순유입액 200억 달러를 돌파하는 데 5년 이상 걸렸다”고 설명한 바 있다. 최근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ETF 옵션을 승인하며 투자자들의 기대는 더욱 커진 상황이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업무현황 보고서에서 민간 전문가를 중심으로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과 법인계좌 허용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 법조계, 전문가를 포함한 가상자산위원회를 출범해 산업 발전을 위한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의 (가상자산 관련) 정책 방향성을 구체화하기 위해 위원회를 꾸리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그동안 당국이 (가상자산 현물 ETF와 법인 계좌 허용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었으나 논의를 본격화하는 것 자체가 (업계 입장에서) 대환영”이라며 “새로운 먹거리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ETF가 허용되면 시장에 기관의 대규모 자금이 유입돼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이뤄진 지금보다 유동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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