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부동산 개발 업체인 미국의 하인스를 비롯해 모건스탠리,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최근 강남과 신촌 등 서울 핵심 입지의 건물을 매입해 민간임대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올해 시장 규모가 330억 달러(약 48조 원, 독일 글로벌 데이터 플랫폼 스태티스타 기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국내 임대주택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들은 ‘임대 장사’에 치중한다는 정치권의 비판을 의식해 해외투자만 늘리면서 성장 여력이 큰 안방 시장을 글로벌 IB에 다 내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4일 IB 업계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영국 주거 전문 기업 롱하버가 관리하는 영국 단독주택 임대시장 투자 펀드에 3억 파운드(약 5354억 원)를 출자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최근 5년간 부동산 사모펀드에 투자한 사례 중 가장 큰 금액이다. 롱하버는 해당 펀드를 통해 영국 전역에 약 5000채의 신규 단독주택을 공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는 올해 서울에 공급될 공동주택 가구수인 4만 8000여 가구의 10%가 넘는 수준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 기업형 장기민간임대주택이 도입됐지만 수익보다는 서민 주거 복지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시선 탓에 기업들이 사업 자체를 꺼린다”며 “이 빈틈을 해외 IB들이 공략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국민연금의 대체투자(부동산·사모펀드·인프라 등) 규모는 2020년 90조 6000억 원에서 지난해 187조 6000억 원까지 커졌지만 부동산의 경우 해외투자가 전체의 89.1%(2023년 기준)에 이른다. 월세 비중이 60%(2024년 7월 기준)에 육박하자 고품질 서비스로 국내 시장에 명함을 내밀고 있는 해외 업체와는 대비되는 행보다. 자산운용 업계의 한 임원은 “정책 당국부터 가계부채 문제 때문에 전세의 월세 전환을 유도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정작 주거 안정 지원 차원에서도 전략적으로 필요한 토종 자본의 국내 민간임대시장 진출은 곁다리로 전락하는 듯해 씁쓸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기업형 장기 민간임대주택을 도입했다. 박근혜 정부의 ‘뉴스테이’ 정책을 발전시켜 민간임대주택 시장을 키우려는 의도다. 자율형과 준자율형·지원형 등 기업형 임대주택 모델을 세분화하고 그에 따라 취득·종합부동산·법인세 중과 배제 등 세제 혜택을 주거나 임대료 규제를 완화해준다는 게 골자다.
정부는 개인 대신 기업이 ‘집주인’이 돼 주택을 관리하면 주택 공급량도 늘릴 수 있는 데다 세입자가 원할 경우 거주 기간을 장기화해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등 다양한 장점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사회적 문제가 된 전세사기 우려가 비교적 적어 정부는 2035년까지 기업형 장기 민간임대주택을 10만 가구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자금을 오래 묵혀둘 수 있는 보험사가 장기임대주택 시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장기임대주택 보유 시 지급여력비율을 25%에서 20%로 낮추기로 했다.
하지만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나 국내 자산운용사·은행·보험사 등 금융권은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월세 비중이 늘면서 국내 임대주택 시장의 투자 매력이 충분히 커졌음에도 정치·사회적으로 ‘부동산 투기꾼 프레임’이 씌워질까 두려운 까닭이다.
선례도 있다. 2020년 국내 대표 토종 대체투자 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이 겪은 고초가 대표적이다. 당시 이지스자산운용은 서울 삼성동의 나 홀로 아파트 삼성월드타워를 통째로 매입한 후 리모델링해 분양에 나설 계획이었다. 시장에서는 “신선한 시도”라는 평가가 나왔고 실제 다수의 기관투자가도 확보했다.
하지만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금융과 부동산의 로맨스가 일어나고야 말았다”며 “펀드 가입자들이 다주택 규제를 피해 임대 수익과 매각 차익을 나눠 가질 수 있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저격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적법하게 투자했다”고 해명했지만 결국 추 장관이 검찰 수사까지 지시하고 나서자 발표 나흘 만에 투자 계획을 철회하고 아파트를 산 가격에 다시 통매각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임원은 “당시 이지스자산운용의 사업 모델은 임대주택은 아니고 분양을 목표로 했다”며 “다만 국내 투자자들에게 부동산 정책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만든 트라우마와 같은 사건으로, 지금 기업형 장기 임대주택에 소극적인 모습에는 당시 에피소드의 영향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 때 도입된 뉴스테이 정책이 문재인 정부에서 축소됐다가 다시 윤석열 정부에서 기업형 장기 민간임대주택으로 확대되는 일련의 과정도 정책 지속성에 대한 의문을 키웠다”고 덧붙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임대주택 시장은 해외 자본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전세에서 월세로 임대 시장이 급격히 전환되면서 글로벌 투자가들은 한국 시장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고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임대주택’이라고 하면 통상 ‘서민을 위한 상품’이라거나 ‘저렴하고 가성비 좋다’는 인식이 대세지만 최근에는 고소득 1~2인 가구를 노린 소형 고급 주택이 해외 자금을 통해 자리 잡는 상황이다. 실제 부동산 개발 업체인 미국의 하인스는 서울 신촌에 ‘고품질 관리 서비스’를 내세운 1~2인 가구 대상 임대주택을 계획 중이다. 모건스탠리는 금천과 성북, 길동 등에 소규모 고급 임대주택을 공급한다. KKR은 양평과 회기에, M&G리얼에스테이트는 강남과 명동 등 ‘알짜’ 부지를 확보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한 기업형 장기 민간임대주택 정책이 탄핵 정국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시장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은 힘을 잃고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도 정치적 프레임이나 정책 지속성을 우려해 해외로 눈을 돌린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해외 업체들이 수익 확보를 위해 임대료를 크게 올릴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토종 자본의 민간임대시장 진출은 주거 안정을 위해서도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회계기준에 따른 차이를 제거한 현금기준 실질 수익성 판단 지표로, 매출을 통해 어느정도의 현금이익을 창출 했는가를 의미한다.
즉, EBITDA마진율은 매출액 대비 현금창출능력으로 볼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마진율이 높을수록 기업의 수익성이 좋다고 판단할 수 있다.
EBITDA마진율 = (EBITDA ÷ 매출액)*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