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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사업 빼고 다 파는 현대제철…국내 철강산업 '지각변동' 부른다

[트럼프發 공급망 재편]
◆ 현대IFC 동국제강에 매각
사업재편·친환경 생산능력 강화
하청업체 타격에 인력 조정 등
국내 산업 기반 약화 우려 커져

  • 임세원 기자·이충희 기자
  • 2025-04-15 17: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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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포항공장. 연합뉴스




현대제철이 자동차용 강판을 뺀 나머지 용도의 철강 제조 계열사 매각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물밑에서 시장의 반응을 타진하는 정도였지만 올해 들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 관세정책을 구체화하면서 적극적인 대응으로 돌아선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의 현대제철이 주력 제조 시설의 한 축을 미국으로 옮기면서 국내 철강 업계와 철강을 활용하는 자동차·전자 등 제조업 기반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해 삼일PwC를 통해 현대제철과 전 자회사의 경쟁력을 진단하고 올해부터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는 현대제철이 저수익 사업 구조조정을 언급한 2020년 현대제철의 재경본부장을 역임했으며 현대차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친 그룹 내 재무통이다.

이번 자회사 매각이 표면적으로는 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 결정에 동참하면서 필요한 자금 조달 목적이지만 근본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사업 재편 성격도 있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앞서 현대제철은 사업성 악화로 2015년 인천 주강공장의 드릴머신·열처리기·믹서기 등 설비를 매각한 가운데 2020년 당진제철소에서 저가 제품 위주로 생산하던 전기로 열연 사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올해 1분기 매출 5조 4000억 원, 영업손실 861억 원으로 예상 이하 실적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1분기 조업 일수가 파업과 연휴로 줄어들면서 판매량이 전 분기보다 2% 남짓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판매가와 원가 차이인 스프레드도 판가 인상이 더뎌지면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이 지동차 현지 생산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결정한 저탄소 자동차 강판 특화 제철소 건설은 현대제철 차원의 자금 부담을 늘리고 있다. 국내 사업도 어려운데 해외 경쟁력까지 강화해야 하는 차원에서 더 이상 계열사 매각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3위 동국제강이 그동안 사업 재편을 마무리 짓고 신규 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인 만큼 적격 인수자로 떠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제강의 경우 해외 수출 비중이 5% 미만이어서 대미 투자 확대 계획이 없는 상태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미국 루이지애나에 58억 달러(8조 5000억 원)를 투자해 연산 270만 톤 규모의 제철소를 건립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내 공급망 강화를 위해 들이는 자금의 거의 대부분이 제철소 건설에 투입되는 셈이다. 앞서 정의선 회장과 현대차그룹은 향후 4년 내 자동차 생산 분야에 86억 달러, 부품·물류·철강 분야에 61억 달러, 미래 산업 및 에너지 분야에 63억 달러 등 상세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차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약 19조 원, 기아 약 13조 6000억 원, 현대모비스 4조 8000억 원에 달하는 등 실탄은 충분하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현대제철의 루이지애나 공장에 지분 투자를 검토하는 등 국내 철강 산업의 2강 체제 비중이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 과정에서 국내 주요 생산기지였던 당진과 포항의 철강 관련 하청 업체와 관련 전력·물류 등 인프라 기반에도 사업 재편 바람이 불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한국산 철강의 글로벌 입지에도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현대제철 입장에서는 관세 충격에서 벗어나는 한편 친환경 공정 기술을 확보하고 미국 내 자동차 강판 공급망을 강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철강 업계에서는 국내와 비교해 미국에서는 친환경 설비를 짓기 위한 각종 인허가 규제가 덜하기 때문에 이번 투자가 친환경 철강 제조 능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철강 산업 고용에는 타격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제철 측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미국 내 고용이 1000명 이상 늘어나고 국내는 자연감소와 전환 배치 등 점진적으로 조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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