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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고배당株'는 옛말…업황 부진에 배당 줄인다

■포스코·에쓰오일 2년 연속 감소
밸류업에 주주환원 강조되지만
코스피 상장사 8.6% 배당 줄여
철강 등 시설투자·실적악화 영향
LG화학 배당성향 30%→20% 뚝
업계 "성장 고려한 배당정책 필요"

  • 조지원 기자
  • 2025-04-11 17: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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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오승현 기자


지난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이후 주주 환원이 강조되는 가운데 한때 고배당 대표 주자로 꼽혔던 에쓰오일(S-Oil(010950)LG화학(051910)·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005490)) 등 주요 대기업들이 오히려 2년 연속 배당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밸류업 공시에 참여해 주주 환원 의지를 보이고도 배당을 줄일 만큼 경영 여건이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 기준으로 국내 유가증권·코스닥 전체 상장사 2622개사 가운데 2023년과 2024년 연속으로 배당을 줄인 기업은 157개사(6.0%), 배당을 아예 하지 않은 기업은 1413개사(53.9%)로 집계됐다. 배당을 줄인 기업 비중은 코스피(8.6%)가 코스닥(4.7%)보다 높았고, 배당을 하지 않은 기업 비중은 코스닥(65.1%)이 코스피(30.3%)보다 높았다. 특히 코스피 상장사 15곳은 밸류업 공시에 참여하고도 배당을 줄였다.

지난해부터 주주 환원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자사주 매입·소각과 함께 배당 지급은 크게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철강·석유화학·2차전지 등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거나 업황이 부진한 산업을 중심으로 배당이 감소한 셈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배당액은 48조 35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주요 기업의 배당 감소를 눈여겨봐야 하는 건 배당 정책의 경직성 때문이다. 배당은 한 번 늘리면 투자자 기대가 높아지기 때문에 다시 줄이기 어렵다. 배당을 줄이게 되면 회사 경영이 어려워졌다는 신호로 인식되므로 통상적으로 이익이 줄어도 배당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미국에서는 25년이나 50년 동안 꾸준히 배당금을 늘린 기업을 ‘배당 귀족’ 또는 ‘배당 황제’로 분류해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에도 일부 상장사들이 배당을 줄인 것은 실적 부진 영향이 크다. 적극적인 배당 정책을 추진해왔던 LG화학은 현금 배당 총액이 2022년 7831억 원에서 2024년 787억 원으로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실적 부진과 현금 흐름 악화로 순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지난 10년 평균 배당 성향이 30%를 넘었으나 주요 사업 투자를 위해 20%까지 낮췄다. 투자 회수가 이뤄지는 시점에 다시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포스코퓨처엠(003670)도 당기순손실 2123억 원으로 적자 전환하자 배당을 멈췄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중장기 성장을 위한 시설 투자가 지속돼 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경영 여건이 개선되면 잉여현금흐름 등을 종합 고려해 배당을 재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꾸준한 배당 정책을 고수하는 포스코홀딩스는 2022년 배당을 크게 늘렸다가 철강업 부진이 계속되자 다시 줄였다.

대규모 설비 투자로 배당 여력이 하락한 사례도 있다. 에쓰오일은 2015~2023년(2020년 제외) 평균 배당 성향이 39.0%로 코스피 평균(26.8%)을 크게 웃돌아 고배당주의 대명사로 불렸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충격 이후 4년 만에 보통주에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내 최대 석유화학 투자인 샤힌 프로젝트에 집중하기 위해 배당을 중단한 것이다.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에쓰오일은 2025~2026년 배당 성향 20% 이상을 유지하겠다고 했으나 과거 수준보다는 낮은 목표다.

다만 당기순이익 흑자를 내고도 배당을 하지 않는 코스피 상장사도 100곳이 넘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 1825억 원을 낸 크래프톤(259960)은 상장 이후 한 차례도 배당을 하지 않고 있고, 이익잉여금이 5조 원을 넘어선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도 대표적인 무배당 기업으로 꼽힌다. 이외에도 현대해상(001450)·한화생명(088350)·한화오션(042660)·금호타이어(073240)·대우건설(047040)·SK바이오팜(326030) 등도 흑자에도 무(無)배당을 고수했다. 배당가능이익이 소진됐거나 법정관리·워크아웃 등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곳들이다.

투자 업계에서는 주주 환원만큼 투자나 재무구조, 이익 성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형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주주환원 재원인 현금성 자산이 충분할 때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며 “보유 현금을 배당 등으로 모두 지급하면 단기 주가는 오를 수 있어도 지속 가능하지 않아 성장 모멘텀이 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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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1 (장종료)
종목명 현재가 전일비 등락률 추세차트 EBITDA 마진율
코스피LG화학 221,500 4,000 -1.77%
코스피POSCO홀딩스 255,000 6,000 -2.30%
코스피SK바이오팜 102,100 1,600 +1.59%
코스피S-Oil 51,900 300 -0.57%
코스피금호타이어 4,265 85 -1.95%
코스피대우건설 3,195 45 +1.43%
코스피삼성바이오로직스 1,045,000 26,000 +2.55%
코스피크래프톤 377,000 500 -0.13%
코스피포스코퓨처엠 130,300 7,300 -5.31%
코스피한화생명 2,450 15 -0.61%
코스피한화오션 77,600 4,500 +6.16%
코스피현대해상 20,600 50 +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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