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업무 보고, 외부 회의, 을지 연습 등으로 쉴 틈 없는 임기 첫 주를 보내고 있다. 이 원장은 ‘선(先)서면 보고, 후(後)대면 토론’ 방침을 세우고 빠르게 금감원 업무를 파악 중이며 이르면 다음 주부터 금융 당국 수장으로서 행보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이 원장은 보고 내용을 서면으로 미리 제출한 뒤 이후 대면으로 토론형 보고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18일부터 부문별로 업무 보고를 받고 있다. 금감원 업무 분야는 전략·기획, 디지털·정보기술(IT), 보험, 은행, 중소 금융, 금융 투자, 공시 조사, 회계, 소비자보호, 민생 금융, 감사·감찰 등으로 나뉜다.
이 원장은 14일 취임식 때도 취임사 직전 “서면으로 진술을 생략하는 게 제 스타일”이라고 언급했는데 형식적인 보고를 줄이는 대신 적극적인 토론·소통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업무 보고에는 현안별로 담당 실·국장들까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략적인 내용은 다 파악한 것 같은데 더 세밀하게 내용을 숙지하기 위해 이 원장이 (임직원들에게) 꼼꼼하게 많이 물어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이 원장이 아침 7시 30분쯤 출근해 저녁 9시쯤 퇴근한다”면서 “외부 일정에도 시간을 쪼개 빠르게 금융 당국 현안을 파악하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원장이 분야별로 업무를 워낙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데다 최근 을지 연습,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등 일정도 겹치다 보니 당초 사흘 정도로 예상했던 업무 보고가 다음 주 초까지 길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아직 금감원 내에서 이 원장의 성향을 제대로 모르겠다는 분위기가 더 강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탈권위, 신중한 메시지 관리 등의 모습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이복현 전 원장 때는 보고 때 덜 혼나려면 어린 연차의 직원을 데리고 함께 들어가야 한다는 농담 아닌 농담도 있었는데 이 원장은 민간 영역에서 활동한 기간이 길어 온화한 리더십이 기대된다”고 했다.
이 원장은 이르면 이달 말부터 은행·증권·보험·자산운용 등 업권별 간담회를 열며 금감원장으로서 본격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금감원과 업권별 주요 회사들 간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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