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틱인베스트먼트(026890)가 국내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의 자기주식 소각 요구를 공개적으로 거부하면서 양측의 대립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내년 3월 열릴 정기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스틱은 얼라인파트너스에 “현재 시점에서 논의중인 자기주식 소각 계획은 없다”며 “다만 자기주식은 인재 유치를 위한 주식보상과 전략적 인수합병(M&A) 수단으로 활용을 검토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스틱의 이 같은 방침은 14일 공시된 회사의 3분기 사업보고서에도 명시됐다.
앞서 얼라인은 스틱에 이달 14일까지 자기주식 소각 여부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에 대해 답변해 줄 것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올 상반기 스틱 지분을 대폭 늘리고 경영진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제안을 해왔으나 뚜렷한 답변이 없자 공개 행동주의로 전환한 것이다. 얼라인의 핵심 요구사항은 스틱이 13.52%에 달하는 자기주식을 소각해 주가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틱은 이번 첫 공개 답변을 통해 이 요구를 사실상 거절하면서 갈등은 더 커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업계에서는 향후 스틱의 경영권이 요동치게 될지 주목하고 있다. 토종 대형 사모펀드(PEF)로 꼽히는 스틱은 현재 최대주주 지분율이 다소 낮은 반면 얼라인 등 행동주의 펀드들의 합산 지분율은 이를 크게 상회한 까닭이다.
현재 스틱의 최대주주는 도용환 회장(13.44%)이다.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해도 지분율은 약 19.13%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계 펀드인 미리캐피털(13.48%)과 한국의 얼라인파트너스(7.63%)·페트라자산운용(5.09%) 등 3개 펀드의 합산 지분율은 26.2%에 달한다.
만약 얼라인이 내년 주총에 앞서 다른 주주들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전개하고 정식 주주제안에 나선다면 도 회장이 표대결에서 이기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얼라인의 요구에 나머지 2곳 펀드들이 합세해 공세를 펼 수 있기 때문이다. 미리캐피털도 최근까지 스틱에 자기주식 소각을 비공개적으로 요청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페트라운용 역시 스틱의 주주가치 제고 가능성에 주목해 투자해왔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내년 주총에서 스틱 이사회 진입을 직접 시도하거나 감사 선임에 나서는 등 전선을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자기주식 소각은 이사회 결의 사항이어서 당장 주총을 통해 이를 관철시킬 수는 없다. 현재 스틱 이사회는 도 회장과 주요 경영진들이 차지하고 있다.
최근 스틱의 젊은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 회사의 성과 보상이 낮다는 불만과 세대교체에 대한 요구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도 회장은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자기주식 중 일부를 임직원에게 보상 명목으로 지급하거나 외부 매각해 우호 세력을 만들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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