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골프 브랜드 테일러메이드의 새 주인을 찾는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테일러메이드 매각을 진행 중인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는 본입찰에 참여한 주요 후보들의 인수 의지와 자금력을 신뢰할 수 있다고 보고, 내년 2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목표로 두고 있다. 테일러메이드 투자 펀드의 최대주주이자 전략적 투자자(SI)인 국내 패션기업 F&F는 입찰 추이를 지켜보고 있으나 우선매수권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테일러메이드 매각 본입찰에 미국 투자회사인 올드톰캐피탈이 30억 달러(약 4조 1400억 원)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 본사를 둔 올드톰캐피탈은 골프 산업에 특화된 투자사로, 골프 문화와 기술의 접점을 확대하려는 벤처 투자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2년 설립 후 전통적인 골프 브랜드뿐 아니라 젊은 세대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혁신 기업에 집중 투자했다. 콰이어트 골프, 블루진즈 골프, 드라이브박스, 페어게임, 루소 클라우드, 골프카드 등 골프 라이프스타일부터 테크·커뮤니티 영역을 아우르는 기업들에 투자한 바 있다.
본입찰에는 미국 고액자산가 연합인 멀티패밀리오피스도 참여해 이보다 높은 가격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센트로이드는 응찰 후보들의 의지가 강하다고 판단, 연내 우선협상대상자를 확정하고 내년 상반기 매각을 마무리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거래가 성사되면 4년 만에 테일러메이드의 주인이 바뀌게 된다. 센트로이드는 약 3조 원 안팎의 차익을 거두며, 국내 PEF 업계의 대표적인 글로벌 브랜드 투자 성공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F&F는 센트로이드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직후부터 14일 이내에 같은 조건으로 인수할지 여부를 선택해야 한다. 우선협상대상자가 5조 원에 육박하는 인수자금을 실제로 조달할 능력을 갖췄다고 판단될 경우, F&F는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현실적으로 5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부담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매수권 행사를 포기하더라도, F&F 입장에서는 투자 후 테일러메이드의 기업가치 상승과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환차익으로 상당한 투자 수익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F&F는 2021년 센트로이드가 테일러메이드를 약 2조 1500억 원에 인수할 당시 5580억 원을 출자하며 거래 성사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단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라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구조로 참여해, 매각 시 우선매수권과 매각 동의권을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테일러메이드의 기업가치가 4년 전 보다 두 배 가량 뛰었다고 평가했다. 테일러메이드의 최근 5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10%,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성장률은 15% 수준이다. 지난해 2억 2200만 달러(약 3042억 원)의 상각전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골프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북미 시장에서 드라이버·아이언 등 프리미엄 제품군 판매가 급증했다. 달러 강세에 따른 환율 효과도 실적 성장에 보탬이 됐다.
우선매수권을 포기하고 테일러메이드가 제3자에게 팔리더라도, F&F는 적잖은 수익을 거둘 전망이다. 2021년 투자 당시 원·달러 환율은 1160원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1457원 안팎으로 상승했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환차익이 25%를 웃돈다. 테일러메이드의 기업가치 상승분까지 고려하면 총 투자수익률은 50% 이상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수를 포기하더라도 F&F는 환율과 기업가치 상승이라는 ‘이중 수익’을 확보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F&F가 테일러메이드에서 손을 떼더라도 이번 투자로 자금 여력과 네트워크를 확보하게 됐다”며 “국내 소비재 기업의 글로벌 확장 전략이 한 단계 진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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