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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비트코인 ETF 승인, 선물시장·공매도 허용부터"

BTC 현물 ETF, 가격 변동 리스크 잡아야
가상자산 프라임 브로커리지 시장도 필요

  • 최재헌 기자
  • 2024-02-01 10:2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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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 이용재 미래에셋증권 매니저, 도예리 서울경제 디센터 취재팀장, 홍석구 법무법인 명도 부대표변호사가 지난 30일 서울 강남구 우상향 라운지에서 토론하고 있다./사진=최재헌 기자


“국내 비트코인(BTC)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나오려면 BTC 선물시장을 만들거나 BTC 공매도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용재 미래에셋증권 매니저는 지난 30일 서울 강남구 우상향 라운지에서 블록체인법학회가 주최한 ‘비트코인 ETF 승인 과정과 이후 진행 상황’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매니저는 BTC 현물 ETF가 국내에 출시되기 전 해결할 과제로 ‘선물시장 형성’과 ‘공매도 허용’을 꼽았다. 그는 “ETF 유동성공급자(LP)는 BTC 현물 ETF 포지션의 반대 포지션을 취할 수 있어야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다"며 “그러려면 헤지 수단으로 BTC 선물 매도, 공매도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P는 시장에서 ETF의 유동성을 제공하는 기관·개인으로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주체다.

BTC 선물시장·공매도, 현물 ETF 리스크 줄여


헤지는 자산 가격 변동으로 인한 손실 위험을 줄이려 다른 금융상품, 전략을 사용하는 투자기법이다. 불확실한 가격 변동에 대비하는 일종의 ‘보험’인 셈이다. 특히 실시간 헤지가 중요한 ETF 시장에서 LP는 BTC 선물 매도, 공매도로 ETF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위험을 분산시켜 안정성을 확보한다.

예를 들어 LP는 BTC 현물 ETF가 보유한 BTC의 가격이 하락하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BTC 현물 ETF는 실물 BTC의 가격과 직접 연동되기 때문이다. 가격 하락시 LP는 BTC 선물을 매도해 손실을 피할 수 있다. 특히 선물 시장은 현물 시장보다 참여자가 많아 높은 유동성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가격 형성 기능을 제공한다. 다른 자산보다 가격 변동이 심한 가상자산 시장에서 헤지 수단으로 선물이 선호되는 이유다.

비슷한 방법으로 공매도를 활용할 수 있다. LP가 시장에서 BTC를 빌려 판매한 뒤 BTC 가격이 하락하면 다시 매수해 이익을 얻는 방식이다. ETF 기초자산 가치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공매도를 통해 상쇄할 수 있다.

현재 국내 금융당국은 다른 ETF 자산의 경우 헤지를 위한 LP의 공매도를 제한적으로 허용 중이다. 금융당국은 또 미국의 BTC 현물 ETF 승인 이후 BTC 선물 ETF는 규율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뒤늦게 밝히기도 했다.

시장참여자 역할 중요…기관·전통금융까지 포용해야


BTC 현물 ETF 시장참여자들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매니저는 “국내 증권·운용사가 BTC 현물 ETF를 다루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가상자산에 대한 전통 금융사의 전문성이 축적되는 동안 국내 가상자산 기업에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특히 가상자산 거래소 등 BTC 현물 ETF 생태계 참여자가 BTC를 어떻게 다룰지 논의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 매니저는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를 예로 들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코인베이스가 (BTC 현물 ETF 시장에서) 커스터디(수탁), 프라임브로커리지, 크레딧 등 대부분의 가상자산 분야 업무를 담당한다”며 “국내도 가상자산 프라임 브로커리지 시장이 열려 가상자산 거래소와 금융회사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인베이스가 기관과 전통금융을 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일찍이 마련해 BTC 현물 ETF가 승인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코인베이스 프라임 브로커리지는 기관투자가, 헤지펀드, 대기업 등 전문 투자자를 위한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 플랫폼으로 기관의 효율적인 거래를 돕는다. 또 코인베이스 크레딧은 BTC 현물 ETF를 설정·환매할 때 발행사의 ETF 판매와 고객의 환매 시점 사이 가격 차이를 메우기 위한 기술도 지원한다. 이 매니저는 “국내 거래소는 법인투자가 막혀 개인투자자만 상대하다 보니 코인베이스처럼 사업 다각화가 쉽지 않다"며 “향후 4~5년 동안 (국내 기업이) 코인베이스의 행보를 따라잡는 과정에서 많은 가상자산 기업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도예리 서울경제 디센터 취재팀장도 “수년 전부터 다양한 가상자산 서비스를 출시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사라진 기업이 많다”며 “국내도 ETF 생태계에 다양한 사업자가 참여하도록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ETF 시장 탄탄해”…다양한 투자자 유입 가능


ETF 시장이 탄탄하다고 평가받는 국내에서 BTC 현물 ETF 거래가 허용되면 다양한 투자자를 끌어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매니저는 “국내 ETF 시장도 꽤 큰 규모고 BTC 투자 열기도 높다”고 분석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한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30대는 가상자산 거래에 익숙하지만 높은 연령대에선 가상자산거래소 사용을 어려워하는 분이 많다”며 “기관도 가상자산을 직접 보유한다면 가상자산 보관 절차가 생소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BTC 현물 ETF 출시로 다양한 연령대의 가상자산 접근성이 개선될 것”이라며 “전통 금융사가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로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측면도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 팀장도 “보험사, 연금 등 장기투자 수요가 있는 기관 입장에서 BTC 현물 ETF는 좋은 투자 수단이 될 것”이라며 “디지털 자산 금융 소외 계층을 포섭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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