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이 삼성그룹 계열사 대형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주관을 맡아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2일 삼성생명(032830)은 전날 시장외거래를 통해 삼성전자(005930) 주식 425만 2305주를 약 2337억 7471만원에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삼성화재(000810) 역시 74만 3104주를 408억 5288만원에 처분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주식을 각각 8.51%, 1.49% 보유하고 있었으나 이번 거래 이후 8.44%, 1.48%로 내려갔다. 두 회사가 매도한 주당 금액은 전날 시가 대비 1.3~1.5%의 할인율에 해당한다. 총 2800억 원 규모다.
두 회사가 삼성전자 주식을 판 이유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올해 2월 17일까지 3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소각 후 삼성전자 주식이 줄어들면서 금산분리법에 따라 삼성전자 주식 10%이상 보유할 수 없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10%를 넘어서는 0.08%만 매도한 것이다.
업계는 그간 관행을 깨고 삼성증권이 대형 거래의 단독 주관을 맡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삼성그룹은 주요 대주주의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블록딜을 할 때마다 골드만삭스, JP모간, 씨티글로벌마켓증권, UBS 등 외국계 증권사나 일부 국내은행 신탁 등을 활용했다. 삼성증권은 지난 2012년 삼성전자 블록딜을 주관한 이후 그룹에서는 500억~1000억 원 안팎의 비교적 작은 거래를 담당했다. 삼성증권의 계열사 블록딜 주관이 법적으로 금지되지는 않았지만, 불필요한 해석을 꺼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의 거래였기 때문에 주로 해외 기관투자자를 유치하거나, 극도로 비밀을 유지하기 좋은 외국계 증권사를 굳이 선호하지 않은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실적 하락 등으로 인해 보다 적극적으로 국내 기관투자자를 관리하기 위해 선택하지 않았느냐는 해석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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