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이 가결된 후 해외 투자 업계는 두 개의 정치적 불확실성 중 하나가 줄었지만 여전히 차기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남았다고 평가했다. 적어도 6월 대선 이후 본격적인 투자 행보를 재개하겠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일부 해외 투자자는 탄핵 심판 결과에 대해 다소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대선 이후까지 관망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해외 사모펀드 관계자는 “중화권 기관투자자들은 헌법 재판소가 8대 0으로 결론 내린 점을 이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북미나 유럽은 계엄과 탄핵 사태를 아시아계 기관 투자자보다 생소하게 받아들여서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싱가포르·홍콩·도쿄 등을 돌며 한국경제설명회를 열고 있는 최종구 국제금융협력대사 역시 정권 교체에 따른 외국인 투자 환경 변화가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라고 설명했다. 최종구 대사는 “최근 도쿄에서 만난 일본 공적연금 관계자들은 정부가 달라지면 외국인 투자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도 달라지는 게 아니냐고 질문했다”면서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외국인 투자 관련 정책이 갑자기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정권 교체에 따라 추가경정예산과 경기부양책 등 투자 환경에 긍정적인 요소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는 동시에 정부 공백으로 물가 통제력이 약해지면서 인플레이션이 커지고, 정권 교체에 따라 자본 시장에 대한 규제가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과 직접 대면하는 국내 파트너 투자사들은 불안 심리를 다독이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해외 부동산운용사와 일하는 국내 투자사 관계자는 “해외에서 탄핵 인용에 따라 이어지는 정치적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기존에 진행하던 투자 협상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물어본다”면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크게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자들은 탄핵이 일단락되었지만,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전쟁이 시작 된 것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해외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탄핵 사태와 관계없이 한국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대한 출자 검토가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탄핵보다는 트럼프 관세 정책이 해외 투자자를 더욱 피곤하게 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한국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국내 투자금을 끌어가려는 해외 운용사의 발걸음이 빨라지는 모양새다. 탄핵 이후에도 국내 시장의 투자 매력도가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국내 사모대출펀드(PDF) 관계자는 “해외 대형 사모펀드는 한국에 대한 투자 비중이 적기 때문에 탄핵 등 정치적 상황에 관심이 적고, 오히려 한국의 자산가나 기관투자자의 자금을 미국 내에서 활발하게 판매되는 사모대출상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국내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리서치 기업인 캐피탈이코노믹스는 “헌재 판결로 불확실성이 줄고 재정 정책이 강화되겠지만 성장과 시장에 대한 역풍을 상쇄 시킬지는 의심스럽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 이미 수출이 부진했으며 주가도 그간 정치 변수를 무시해와 크게 반등할 가능성도 낮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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