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자산기준 생명보험업계 9위에 해당하는 미국계 보험사 메트라이프생명보험이 최근 4년 간 7000억 원에 가까운 배당금을 회수해 목표치를 채우면서 조만간 매각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메트라이프생명은 뚜렷한 성장세는 없지만 보험 회계 기준 변동으로 재무 지표가 유리해졌고 외국계 보험사 중 유일하게 자체 보험 설계사 조직을 갖추고 있어 매력적인 매물로 거론된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트라이프생명은 건전성 지표와 업계 평균 배당금 비율, 당기순이익 등 배당가능여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근 4년 간 누적 배당금을 7114억 원 확보했다. 특히 지난해에 배당금을 역대 최고치인 3976억 원까지 올렸고, 금융감독원이 배당 문제를 적극 들여다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배당금의 바탕이 될 수 있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323억 원으로 3701억 원을 기록한 2023년의 35%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지만 배당금은 오히려 2배 이상 늘린 탓이다. 그 이전에도 메트라이프의 배당금은 △2022년은 918억 원 △2023년 1950억 원을 기록하며 큰 폭으로 올랐다.
업계에서는 매출이나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실질적인 경영 환경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배당금을 급격하게 키운 배경엔 결국 매각 가능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매트라이프가 매물로 나올 경우 6000억~7000억 원 선에서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회사는 공식적으로 매각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보험사들은 국내 생명보험시장의 성장세가 크지 않기 때문에 비중을 점차 줄이는 추세다. 자동차보험과 변액보험 등 일부상품을 제외하면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가 서로 엇비슷한 상품 경쟁을 펼치는 것도 매력이 떨어지는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보험사들은 생보사와 손보사 간 구분이 모호해지는 국내 보험 시장을 낯설어 한다”면서 “메트라이프생명은 대주주가 받는 배당금 수준을 뛰어넘어 제시하는 인수자가 있다면 매각 협상이 진전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메트라이프생명은 2022년 12월부터 메트로폴리탄 글로벌매니지먼트사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전에는 메트라이프 멕시코가 14.64%를 나눠 들고 있었다. 배당금 전액이 글로벌 본사에 지급되는 구조다. 2019~2021년 메트라이프생명의 배당금 총액은 160억~270억 원이었고, 그 이전에도 700억 원을 넘기지 않았다. 2019년 19.07%에 불과한 배당률은 2024년 280.85%로 치솟았다.
메트라이프가 배당금을 올린 표면적인 근거는 국내 보험사 회계 기준이 바뀌면서 가용자본이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2022년 지급여력비율(RBC)이 175.59%까지 떨어졌던 메트라이프생명은 2023년 도입한 보험 건전성 지표인 신지급여력제도(킥스·K-ICS)에 따라 2023년 1분기 311.71%로 껑충 뛰었다. 생보사 중에서는 최상위권이다.
메트라이프생명 전체 상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변액보험은 가입기간 중 보험금 및 해지 환급금이 투자 운용 실적에 따라 달라지므로 자본 확충 부담을 줄이고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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