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자금 조달 규모를 3조 6000억 원에서 2조 3000억 원으로 줄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의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해 두 번째 정정을 요구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무제한 정정’ 방침을 내놓은 지 일주일 만으로 한화에어로의 자금 조달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다만 한화에어로는 성실히 보완해 유상증자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17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는 금감원으로부터 정정 신고서 제출 요구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한화에어로는 지난달 20일 최초 신고서 제출 후 같은 달 27일 금감원으로부터 첫 번째 정정 요구를 받았다. 이에 이달 8일 증자 규모를 줄이고 투자 위험 요소를 보완한 신고서를 재제출했으나 금감원 심사를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금감원은 한화에어로의 유상증자 결정 과정, 최초 계획보다 줄어든 조달금을 충당하기 위한 한화에너지의 제3자 유상증자 참여와 관련한 위험 요소 등이 더 구체적으로 기재돼야 한다고 봤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달 방식과 규모가 수정되는 과정에서 어떤 의사 결정이 이뤄졌는지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며 “한화에너지가 할인 없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1조 3000억 원을 충당하는 데 대해 법률적 문제는 없는지 등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화에너지가 오너 일가 3형제가 보유한 비상장회사여서 ‘배임’ 이슈가 제기되지 않았지만 당국 차원에서 한번 더 짚고 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자금 사용 목적을 설명함에 있어서도 구체성이 떨어지거나 기재 수준이 미흡한 부분이 발견됐다. 예를 들어 한화에어로는 기타 재원 확보를 통한 자금 사용 계획에서 항공우주 설비·운영 투자에 2028년까지 2001억 원을 사용하겠다고 공시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한 세부 투자계획으로는 추진제 탱크 제작 공장 구축(500억 원), 스마트 물류센터 구축(350억 원) 등 850억 원 규모의 계획만 나타나 있고 나머지 1151억 원에 대해서는 설명을 누락했다.
금융 당국의 제동에 한화에어로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55% 상승한 81만 600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다만 자금 조달 시기는 최초 계획보다 일부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선 1차 정정 신고서 제출 때 유상증자 1차 발행가액 확정일을 최초 신고서와 동일한 이달 21일로 제시했으나 금감원이 다시 정정을 요구함에 따라 발행가액 산정 일정을 조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정정 요구가 없었다면 이번 신고서의 효력 발생일은 23일이었다. 한화에어로 관계자는 “금감원의 정정 요청이 올 때마다 자세히 검토 후 성실히 보완해 다시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추후 2차 정정 신고서를 내더라도 금감원이 추가 정정을 요청하거나 물밑 조율을 통해 한화에어로가 신고서를 자진 정정할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 앞서 이 원장은 이달 10일 한화에어로 유상증자 심사와 관련해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에 구애받지 않고 신고서 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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