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장길에 오른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글로벌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과 만나 우리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 추진 성과를 설명하고 적극적인 한국 시장 진출을 부탁했다.
김 위원장은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슈워츠먼 회장을 만나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에서도 한국 금융시장이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며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부탁했다. 운용자산(AUM)만 1조 달러가 넘는 블랙스톤을 이끌고 있는 슈워츠먼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경제 정책을 조언하는 ‘전략정책포럼’ 위원장을 지내기도 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금융 가정교사로 불리는 인물이다.
김 위원장은 한국 정부가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외환·자본시장 접근성 개선, 공매도 재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프로그램) 등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계획들을 일관성있게 추진해오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슈워츠먼 회장은 “블랙스톤의 한국시장 진출에 대해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블랙스톤은 2014년 한국에서 철수한 뒤 2022년 하영구 전 전국은행연합회장을 한국 법인회장으로 새로 선임하면서 다시 한국 사무소를 열었다. 금융위가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국내 자회사를 통한 펀드중개업을 허용할 방침인 만큼 블랙스톤과 같은 글로벌 큰손들의 한국 진입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김 위원장과 슈워츠먼 회장은 PEF 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한국 자본시장과 자산운용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 및 해외 진출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김 위원장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최고위급 면담도 비공개로 진행했다. 김 위원장은 향후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심사시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자본·외환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그간 한국 정부가 꾸준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온 정책노력을 정당히 평가해 줄 것을 당부했다. 앞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바로 다음번(6월)이 아니더라도 조만간 MSCI 선진국지수 워치리스트에 들어갈 가능성은 굉장히 높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뉴욕에 진출한 한국계 금융회사 법인 대표들과도 간담회를 갖고 현지에서 직면하는 감독·영업 관련 애로사항 해소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금융회사의 해외진출과 관련한 법규 운영 실태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살펴서 우리 금융회사의 새로운 수익원이 확보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는 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기업은행, 삼성화재해상보험·DB손해보험, 삼성자산운용·NH투자증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보스턴에서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 미국지사를 찾아 솔라스타벤처스, SV인베스트먼트, KB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캐피탈 등 미국에 진출한 한국계 벤처캐피탈(VC)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미국 바이오 벤처투자 절차 및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사항 등에 대한 업계 의견을 청취했다. 또 LG화학이 인수한 바이오 기업 아베오 온콜로지를 방문해 국내 바이오벤처 생태계 지원을 위한 정책 과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김 위원장은 “향후 첨단전략산업기금 등을 통해 첨단전략산업에 장기간 인내할 수 있는 공공부문 자본을 확충하고, 민간의 투자역량 지원을 위해 투자정보제공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벤처투자 활성화 정책을 마련해 나가겠다”며 “바이오산업은 불확실성이 크고 자금회수에 장기간이 소요되므로, 투자자들이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금성격 및 성장단계에 맞게 투자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으로 전문가간 긴밀한 네트워크 형성을 지원하여 각자의 역량을 보완하고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투자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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