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006360)이 자회사 GS이니마의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인 가운데 그간 공동 사업을 통해 밀접한 관계를 맺어 온 아랍에미리트(UAE)의 에너지 국영 기업 타카(TAQA)가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떠오르고 있다. GS이니마 매각에 성공하면 유동성 위기를 겪어온 GS건설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타카 측은 최근 GS건설에 GS이니마 경영권 인수를 위한 구속력 있는 제안서를 제출했다. 타카는 인수 가격으로 8억 3600만(1조 1900억 원)~14억 달러(약 2조 원)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이 가격 협상을 위한 테이블에 본격적으로 마주 앉은 가운데 IB 업계에선 최소 10억 달러(약 1조 4200억 원) 선에서 협상이 타결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GS이니마는 GS건설이 보유한 자회사 중 총자산(1조 8471억 원)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5736억 원, 영업이익은 558억 원을 기록했다. GS건설이 2011년 인수했으며 2019년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본사는 스페인에 소재했으나 유럽과 중동, 중남미 지역 등 전세계 각지에서 상하수도 수처리 운영 사업을 하고 있다.
GS건설은 2023년 이 회사의 매각을 물밑 타진하기 시작했다. 이후 정식 주관사로 글로벌 IB인 골드만삭스를 선임했다. 스페인 건설사 FCC와 사씨르, 프랑스 환경기업 베올리아, 호주 자산운용사 IFM 등 4개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다. 캐나다의 퀘백주연기금은 타카와 마지막까지 인수 경쟁을 펼쳤다.
타카는 UAE 정부가 지분 75.1%를 보유한 국영 에너지 기업이다. 지난해부터 GS이니마 인수를 위해 실사를 진행해왔고 자체 분석 자료 등을 기반으로 이번에 인수가를 제시했다. GS건설과는 2023년 UAE 수·전력공사(EWEC)가 발주한 약 9200억 원 규모 해수담수화사업을 함께 수주하는 등 인연이 깊다. 이 사업에서 GS이니마는 금융조달과 EPC(설계·조달·시공)를 전담하며 준공 후 30년 간 타카와 공동으로 시설 소유권을 확보하고 운영할 계획이다.
GS건설이 GS이니마 매각에 속도를 내는 건 유동성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어서다. 저금리 시대가 끝난 뒤 지방을 중심으로 주택 분양 경기가 빠르게 꺾이면서 GS건설의 재무 상태는 악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2023년 인천 검단 아파트 공사 현장 사고 이후에는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졌다.
당시 회사는 이 사업장의 전면 재시공 및 보상을 결정하고 관련 비용 5524억 원을 회계에 반영했다. 그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3879억 원, 당기순손실 4195억 원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GS건설의 총차입금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5조 7292억 원까지 급증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속되는 공사 원가 부담이 수익성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며 “외부차입,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등으로 인한 재무부담도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해부터 실적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데다 비핵심 자산 매각도 진행되면서 재무 개선 작업도 탄력이 붙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GS건설은 지난해 기저 효과 및 주택 사업 실적 개선 등에 힘입어 2859억 원 영업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자이엘리베이터·자이에너지운영 등 2개 자회사 경영권 지분을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제네시스PE에 매각하고 2대주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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