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창업 이후 3~4세대로 넘어가면서 주주 간 갈등이나 상속세 납부 부담을 해결하기 위한 사모펀드(PEF)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주자는 KCGI로 2018년 설립 당시부터 기업 승계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수익 극대화를 목표로 설립됐다. KCGI는 일반 자산운용사를 설립하고 기존의 일반 법인 자금에서 연기금 공제회 출자를 늘리는 등 종합자산운용사로 변모하고 있지만 최근에도 상속세 납부에 어려움을 겪던 국내 1위 폰트 업체 산돌(419120)의 지분 19.2%를 192억 원에 인수했다. KCGI는 별도로 펀드를 조성하지 않고 운용사 자기자본을 활용해 갑작스럽게 창업주가 별세한 유족을 도와 경영 파트너 역할을 맡았다. 짧은 기간 안에 투자를 완료하기 위한 방식으로 KCGI가 투자가치를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라데팡스파트너스는 한미약품(128940)그룹 경영권 분쟁을 매듭짓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약 2000억 원으로 한미사이언스 지분 9.81%를 확보해 오너가 중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이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을 상대로 승기를 잡는 데 기여했다. 라데팡스는 현재도 모녀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함께 조성한 4자 연합의 일원이면서 신 회장과 모녀가 갈라지자 모녀 측에서 중심을 잡고 있다. 업계에서는 라데팡스가 추가로 자금을 조달해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라데팡스의 주요 출자자는 네파 창업자 등 기업 오너들의 패밀리 오피스 자금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 대주주의 어려운 국면에 들어간 자금인 만큼 높은 수익으로 돌아오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H&Q파트너스는 2023년 11월 쉰들러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던 현대엘리베이터(017800)의 모회사 현대홀딩스컴퍼니에 3100억 원을 투자해 내년 3월 8.5%의 수익률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홀딩스컴퍼니 측은 8월 서울 연지동 본사를 4500억 원에 매각했는데 이 자금을 배당받아 투자금을 상환할 가능성이 높다.
PEF 관계자는 8일 “흔히 PEF가 백기사 역할이라고 하지만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게 아니라 PEF 출자자들도 일정한 수익을 거두며 서로 윈윈하는 흑기사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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