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좀 기반 의약품 개발 기업 엑소코바이오가 내년 하반기 증시 입성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최근 바이오 분야에선 시가총액 5000억 원 이상의 ‘대어’ 상장이 전무했는데, 실적 성장세를 강점으로 내세운 엑소코바이오가 상장 후 조 단위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엑소코바이오는 최근 금융감독원에 지정감사를 신청했다. 일반적으로 지정감사 신청은 IPO 과정의 첫 단추로 여겨진다. 상장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016360)이 공동으로 맡은 것으로 파악됐다. 내년 1분기 중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3분기 상장까지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엑소코바이오는 2020년 말에도 신한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006800)을 주관사로 선정해 코스닥 상장예심을 청구한 적 있다. 회사는 IPO 시장 분위기 침체로 계획을 한 차례 미뤘으나 이후 약 4년 반 동안 실적이 급성장하면서 IPO 재추진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 조병성 대표가 설립한 엑소코바이오는 엑소좀 기술을 기반으로 한 코스메슈티컬(화장품과 의약품의 합성어)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기업이다. 엑소좀은 세포에서 분비되는 나노 크기의 소포체다. 엑소좀에는 다양한 생체분자가 들어 있어 세포 간 신호 전달, 재생, 면역 조절 등의 역할을 한다.
엑소코바이오는 2019년 피부 환경을 개선하는 피부과용 코스메슈티컬 제품 ‘에이에스씨이플러스(ASCE+)’ 개발에 성공한 이후 가파르게 외형 성장을 이뤘다. 엑소코바이오의 매출은 2020년 94억 원에서 지난해 말 954억 원으로 4년 동안 10배 늘었다. 2022년에는 창립 5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지난해 2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엑소코바이오는 글로벌 K뷰티 인기에 힘입어 올해도 50% 안팎의 매출 성장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엑소코바이오는 2023년 최대주주에 오른 벤처캐피탈(VC) K2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K2인베스트먼트가 펀드 형태로 보유한 지분은 전체 주식의 34.1%로 이를 조 대표의 지분율(14.4%)보다 낮춰 최대주주를 다시 조 대표로 되돌린다는 목표다. 이 역시 투자금 회수(엑시트), 지분 보호예수 등을 고려한 IPO 사전 정지 작업이다.
구주 매각 과정에서 책정된 회사 밸류에이션은 약 7000억 원이다. 엑소코바이오는 올 4월 해외 사모펀드 운용사로부터 약 7500억 원의 기업가치로 인수 제안을 받기도 했으나, 향후 회사 기업가치가 우상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 높아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엑소코바이오가 상장 후 1조 원 가까운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바이오 기업 중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5000억 원을 넘긴 건 2022년 6월 보로노이(310210)가 마지막이다. 지난해 말 오름테라퓨틱이 8000억 원에 가까운 기업가치에 도전하기도 했으나 투자 심리 악화에 결국 올 2월 4000억 원이 조금 넘는 몸값으로 증시에 입성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엑소코바이오는 파마리서치(214450)처럼 주력 제품을 통해 실적이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라며 “통상 기술특례 전형으로 증시에 입성하는 바이오 기업과는 달리 이미 이익을 내고 있기에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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