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4년 2개월 만에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를 넘어선 배경에는 ‘반은증(반도체·은행·증권)’이 주역으로 꼽힌다. 반도체주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포함한 메모리 생산량 확대 기대감과 인공지능(AI) 설비 수요 등이 맞물려 최근 상승세를 이끌었고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기존 50억 원으로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은행·증권주도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까지 예상되는 만큼 박스피를 떨쳐낸 국내 증시가 9월 조정 없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54.48포인트(1.67%) 오른 3314.53으로 역대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 코스피는 2일부터 7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2727조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직전 코스피 역대 최고치 기록일인 2021년 7월 6일 시총(2314조 원) 대비 410조 원 넘게 불어났다. 올해 들어 코스피는 38% 상승해 주요 20개국(G20)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9월 상승률도 4%로 가장 컸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 3811억 원을 순매수하는 등 이달 들어 총 2조 9373억 원을 사들였다.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이날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극복’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고 밝혔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자산시장으로의 머니무브(자금 이동)의 시작이며 부동산 중심의 투자패턴에서 자본시장으로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코스피의 파죽지세에는 ‘조방원(조산·방산·원전)’을 뛰어넘어 하반기 대표 주도주로 떠오른 반도체가 있다. SK하이닉스는 1일 25만 5600원에서 이날 30만 4000원으로 18.75% 상승하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도 같은 기간 6만 7600원에서 7만 2600원으로 7.4% 올랐다. 외국인은 이날만 SK하이닉스(6578억 원)와 삼성전자(3829억 원)를 총 1조 407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상반기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던 반도체주의 상승세가 두드러진 것은 ‘AI 버블’ 우려가 일부 해소되면서 반도체 산업 전반에 대한 투자 수요가 되살아 났기 때문이다. HBM 등 AI 반도체 분야에 대한 견조한 수요로 국내 주요 대형 반도체주의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올해 멀티클라우드 매출 부문의 77% 성장 가능성을 제시하며 AI 버블 우려를 잠재웠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 공장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 완화를 검토 중이라는 점도 기대감을 키웠다. 김남호 타임폴리오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글로벌 반도체 업황 회복, AI 수요 확대,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 기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AI 산업 확장과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성장, 글로벌 공급망 정상화가 국내 증시의 주요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유턴 기대감도 강세 요인으로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최종 입장을 밝힐 예정인데 시장에서는 ‘코스피 5000 시대’ 도약을 위해 대주주 기준이 정부의 세제 개편안보다 완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관련 기대감에 미래에셋증권은 이날 2만 2700원으로 1일 대비 20.48% 뛰었고 키움증권도 24만 9000원으로 24.19% 상승했다. 대표 금융주인 KB금융 역시 같은 기간 10만 7100원에서 11만 7600원으로 9.80% 올랐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 향방 주요 변수로 △미국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기준금리 인하 결정 등을 꼽았다. 시장 예상보다 미국 주요 물가 지표 결과가 나쁠 경우 미국 증시가 타격을 받아 국내 주식시장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달 16~17일(현지 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국내 증시 상승세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큰 변수가 없는 한 하반기 코스피는 3700선까지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국 주식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 횟수와 물가 지표에 달려 있다”면서 “물가 지표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면 유동성 확대 기대감을 키워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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