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0일 종가 3314.53으로 4년 2개월 만에 사상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두 달간 박스권에 갇혀 있던 코스피가 대주주 양도소득세 논란 해소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 등으로 단숨에 전고점을 뚫어내면서 상승세를 지속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4.48포인트(1.67%) 오른 3314.53으로 거래를 마치면서 종전 최고치였던 2021년 7월 6일 기록(3305.21)을 넘어섰다. 이날 한때 3317.77까지 올라 장중 최고 기록(3316.08)도 깨뜨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 3807억 원을 순매수했고 기관도 9030억 원을 순매수하면서 힘을 보탰다.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1.54%, 5.56% 오르는 등 외국인과 기관이 선호하는 대형주를 중심으로 주가 상승이 이뤄졌다. 증권(3.6%), 금융(2.8%), 건설(2.7%), 전기·전자(2.4%) 등 업종 전반에 강세가 나타났다.
코스피 시가총액 역시 2727조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직전 코스피 역대 최고치 기록일인 2021년 7월 6일 시총(2314조 원) 대비 410조 원 넘게 불어났다. 올해 들어 코스피는 38% 상승해 주요 20개국(G20)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9월 상승률도 4%로 가장 컸다.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이날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극복’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고 밝혔다.
코스피가 4년 2개월 만에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를 넘어선 배경에는 ‘반은증(반도체·은행·증권)’이 주역으로 꼽힌다. 반도체주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포함한 메모리 생산량 확대 기대감과 인공지능(AI) 설비 수요 등이 맞물려 최근 상승세를 이끌었고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기존 50억 원으로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은행·증권주도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까지 예상되는 만큼 박스피를 떨쳐낸 국내 증시가 9월 조정 없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코스피의 파죽지세에는 하반기 대표 주도주로 떠오른 반도체가 큰 역할을 했다. SK하이닉스는 1일 25만 5600원에서 이날 30만 4000원으로 18.75% 상승하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도 같은 기간 6만 7600원에서 7만 2600원으로 7.4% 올랐다. 외국인은 이날만 SK하이닉스(6578억 원)와 삼성전자(3829억 원)를 총 1조 407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유턴 기대감도 강세 요인으로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최종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코스피 5000 시대’ 도약을 위해 대주주 기준이 정부의 세제 개편안보다 완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 향방 주요 변수로 △미국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기준금리 인하 결정 등을 꼽는다. 시장 예상보다 미국 주요 물가 지표 결과가 나쁠 경우 미국 증시가 타격을 받아 국내 주식시장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달 16~17일(현지 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국내 증시 상승세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큰 변수가 없는 한 하반기 코스피는 3700선까지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국 주식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 횟수와 물가 지표에 달려 있다”면서 “물가 지표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면 유동성 확대 기대감을 키워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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