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주 전반에 훈풍이 부는 가운데 농심(004370)이 11일 급등하며 이 흐름에 합류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농심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19.17% 오른 40만 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16.61% 오른 47만7500원을 기록하며 연중 최고가를 새로 쓰기도 했다. 같은 시간 오뚜기(007310)와 삼양식품(003230)도 각각 2~4%대 상승세를 보이며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라면주 주가 급등세를 두고 “실적과 해외 확장 기대가 맞물리며 사실상 ‘면비디아(면+엔비디아)’ 경쟁에 불이 붙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농심의 급등에는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와 협업한 한정판 제품이 돌풍을 일으킨 것이 결정적이었다. 농심은 지난달 29일 자사몰에서 케데헌 캐릭터를 입힌 라면 6000개를 판매했는데 1분 40초 만에 완판됐다. 현재 신라면·새우깡 등 케데헌 한정판 패키지 제품은 대형마트를 비롯해 북미·유럽·동남아 등 해외 시장에도 공급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브랜드 협업이 글로벌 소비자층의 관심을 자극하며 실적 회복 기대까지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농심은 2분기 매출 8677억 원, 영업이익 402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8.1% 줄어든 수치다. 당초 실적 부진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됐지만, 최근 들어 미국 시장에서 신라면 툼바 등 프리미엄 제품이 월마트 등 대형 유통망에 본격 입점하며 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가 살아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농심이 지난 7월 미주시장에서 제품 가격을 10% 이상 인상한 점을 근거로 3분기부터 수익성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오뚜기 역시 해외 확장 전략에 속도를 내며 뒤쫓고 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코스트코 64개 매장에서 컵누들·진라면 등 프리미엄 라면 판매를 시작했고, 말레이시아와 호주 등지에서도 유통 채널을 늘리고 있다. 현재 오뚜기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3.9배로 농심과 삼양식품에 비해 낮은 수준인데, 증권가에서는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아지면 밸류에이션 재평가 여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삼양식품은 이미 해외 실적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미주 지역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5.2% 급증했고, 이에 힘입어 현재 PER은 36.9배까지 높아졌다. 불닭볶음면 등 K-푸드 대표 브랜드 이미지를 굳히며 고밸류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삼양식품은 최근 미국 현지 공장 가동을 시작하며 원가 구조 개선과 생산량 확대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라면주 전반의 상승 흐름이 단기적인 테마 장세가 아니라 해외 매출 기반의 외형 성장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김진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농심의 케데헌 협업은 단순한 이벤트성 판매가 아니라 K-콘텐츠와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브랜드 인지도 상승 효과가 크다”며 “해외 매출 증가세가 가시화되면 3분기 이후 실적 회복과 함께 주가가 추가 반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마케팅 비용 등 고정비가 늘어나는 만큼 수익성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농심·오뚜기·삼양식품 등 국내 라면 3사는 해외 시장을 무대로 한 ‘K-라면’ 주도권 경쟁에 본격 돌입했다는 평가다. 당분간 케데헌 효과 등으로 투자심리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지만, 실제로는 미국·동남아·유럽에서의 판매 확대 속도와 수익성 회복 여부가 주가 향방을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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