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가 국내 대표적 필름 가공업체인 SK마이크로웍스솔루션즈 상장 추진을 접고 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 46년간 축적된 가공 기술력과 글로벌 패널사 기반의 안정적 매출 구조, 높은 수익성을 갖춘 기업이 매물로 등장한 만큼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 모두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마이크로웍스솔루션즈 매각은 당초 추진하던 상장 계획의 방향이 바뀌면서 나온 결정이다. 한앤코는 지난해 SK마이크로웍스솔루션즈의 기업공개(IPO) 추진을 본격화하며 조직 정비에 나섰으나 디스플레이 소재 기업에 대한 시장 평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매각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회사의 높은 현금창출력과 글로벌 패널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한 점 등을 감안하면 SI뿐 아니라 FI 모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매물”이라고 평가했다.
SK마이크로웍스솔루션즈는 1979년 SKC(011790) 특수필름사업부에서 시작됐다. 국내 최초로 광학·산업용 필름 생산 기반을 마련하고 천안공장을 설립했다. 성장 과정에서 축적된 제조·가공 경험은 회사의 수익성 구조를 견고하게 만들었다. SK마이크로웍스솔루션즈의 최근 실적은 매출액이 4400억 원 안팎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가운데 수익성이 뚜렷하게 강화됐다. 2024년 매출은 4448억 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213억 원이다. 27%가 넘는 EBITDA 마진으로 업계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수익성이다.
잠재 인수 후보군은 매우 넓을 것으로 보인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환 수요를 선점하려는 글로벌 소재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중기적으로 OLED 커버필름·광학필름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가공 공정까지 일괄 확보하려는 기업에게는 매력적인 매물인 셈이다. 국내외 전자부품 업체 역시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디스플레이 패널을 조립하고 모듈 형태로 만드는 과정에서 필름 가공은 빠질 수 없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FI들의 관심도 높을 전망이다. 이미 입증된 현금창출력과 글로벌 완성전자 업체들을 기반으로 한 매출 구조, 낮은 설비투자 부담 등은 PEF 입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조건이다. 다만 OLED와 LCD 시장이 업황에 따라 크게 흔들리는 데다, 업의 특성상 고객사가 새로운 공급업체를 받아들이는 절차가 까다로운 점은 투자자들에게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거래가 본격화될 경우 인수 경쟁이 불붙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디스플레이 공급과잉 우려에도 불구하고 고급 패널 중심의 재편 흐름이 이어지면서 고부가 필름 가공 역량은 여전히 전략적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SK마이크로웍스솔루션즈의 기업가치를 2조 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수익성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 이 같은 평가를 뒷받침한다. 패널 업황과 중국 업체들의 가격 공세, 일부 고객사의 생산전략 변화 등 외부 변수가 남아 있는 만큼 실사 과정에서 가치가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필름 가공은 패널 공정과 최종 고객사를 잇는 핵심 단계로 기술력과 납기 대응이 중요한 사업”이라며 “OLED 확산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가공 분야까지 확보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어 인수전이 경쟁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SK마이크로웍스솔루션즈는 2007년에는 글로벌 화학업체 롬앤하스(Rohm and Haas Denmark Finance·RHDF)와 합작해 ‘SKC하스디스플레이필름(SKC Haas Display Films)’을 설립했으며, 이를 통해 OLED·LCD용 핵심 필름 가공 기술을 본격적으로 육성했다. 이후 2017년 SKC가 롬앤하스 지분 51%를 인수하며 완전 자회사로 편입, 사명을 ‘하이테크앤마케팅(Hi-tech&Marketing)’으로 바꾸면서 디스플레이용 필름 가공 사업이 독립 사업군으로 자리잡았다. 2022년 SKC가 필름사업부를 물적분할해 ‘SK마이크로웍스’를 출범시키고, 같은 해 한앤컴퍼니가 모회사(SKC 마이크로웍스)와 가공 자회사(솔루션즈)를 함께 인수하면서 현재의 지배 구조가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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