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 삼성SDI가 금융감독원 중점심사를 어렵지 않게 넘었지만 최근 주가 하락 충격으로 자금 조달 규모를 2718억 원이나 줄이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충격으로 주가가 불과 한 달여 만에 20% 하락해 신저가를 기록한 여파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SDI가 지난달 14일 제출한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한 효력이 8일 발생했다. 이에 따라 4월 11일 신주배정, 5월 21~22일 우리사주조합과 구주주 청약 등을 거쳐 6월 13일 신주 상장 등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총규모는 2조 원에서 1조 7168억 원으로 축소됐다.
삼성SDI는 금감원 유상증자 중점심사 대상 1호였지만 당국의 보완 요구 없이 두 차례 자진 정정만 거쳐 한 달도 걸리지 않고 심사를 통과했다. 비슷한 시기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당국 보완 요구를 받은 데 이어 소액주주 반발 등으로 유상증자 방식까지 변경한 것과 비교하면 수월하게 통과한 셈이다.
문제는 유상증자 발표 이후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유상증자 규모를 줄이게 됐다는 점이다. 삼성SDI는 1차 발행가액이 14만 6200원으로 산정돼 예상 발행가액(16만 9200원) 대비 낮아졌다고 밝혔다. 발행가액은 각 기산일 기준으로 가중산술평균주가를 산출해 결정한다. 이사회 결의일 전일인 3월 13일(20만 4000원)을 기준으로 예상 발행가액을 정했는데 관세 충격 등으로 1차 발행가액 기준일인 4월 8일 주가가 17만 6300원까지 하락한 영향이다. 최종 발행가액은 구주주 청약일 3거래일 전인 5월 16일 주가를 기준으로 2차 발행가액을 다시 산정한 뒤 둘 중 낮은 가격으로 최종 확정된다.
삼성SDI는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고 보고 시설자금을 4541억 원에서 3541억 원, 타법인 증권 취득 자금을 1조 5460억 원에서 1조 3741억 원 등으로 각각 1000억 원, 1718억 원씩 줄였다. 전체 자금 조달 규모가 2718억 원 감소하면서 계획했던 투자에 다소 차질이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재무 안정성도 영향을 받게 됐다.
삼성SDI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주식시장의 급격한 상황 악화로 유상증자 발행가액이 크게 하락할 경우 자금 조달 계획 등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이 경우에는 재무적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도 관세 충격으로 삼성SDI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61% 내린 17만 17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국내 증권사 20곳이 제시한 삼성SDI의 적정 주가 컨센서스(전망 평균치)는 28만 9368원으로 크게 저평가됐다는 분석이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장기 관점에서 기업가치가 저점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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